생명존중 문화, 어떻게 확산 할 것인가?

Photo of author

By 코리안투데이 인제

2018년, 생명존중자살예방 교육을 받은 후 자살예방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강의를 시작했다. 초·중·고 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필수 과정으로 운영되거나 학교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될 때 급하게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의 참여 동기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 매년 비슷한 방식이 반복되면서 흥미를 잃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자살 예방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의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을 바탕으로 자살 예방 교육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이 글이 자살 예방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심리적 요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위기이며,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살 위험에 처한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를 가지며, 이에 대응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를 지니며,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발견했을 경우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살 예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강조되었다. 군인이 복무 중 자살한 사건에서, 군 당국이 자살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으며, 이로 인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자살 예방이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사안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생명존중 문화, 어떻게 확산 할 것인가?

 [코리안투데이] Image by Pixabay  © 박아람 기자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대응만으로는충분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개인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내에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며,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하는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살 유발 정보를 차단하는 청년 생명사랑 모니터단을 운영하고, 정신건강 치료비를 지원하는 마인드 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살 예방 교육은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고통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죽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자살 예방 교육에서는 ‘자살’이라는 표현을 명확히 사용해야 한다. 이를 지나치게 금기시하면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가 차단될 수 있다. 또한, 자살 위험 요인 중 하나가 사회적 고립과 소외감이라는 점에서, 자살 예방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족, 친구, 전문가 등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자살은 단일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 요인, 사회적 환경,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자살 예방 정책은 단기적인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충동성이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순간적인 충동을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창문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위험한 도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물리적 환경 조정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리안투데이] Image by Pixabay  © 박아람 기자

 

죽음과 자살이라는 주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힘내라’는 단순한 위로보다는, 강요하지 않는 태도, 지나친 낙관주의를 지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네가 죽지 않기를 바란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자살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살 예방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우리는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