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근대미술관, ‘민병헌 그레이’ 초대전… 회색의 시를 담다

 

군산근대미술관이 오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민병헌 그레이’ 초대전을 개최한다. 아날로그 흑백 사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민병헌 작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되며, 관람객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회색의 감성과 서정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기법으로 촬영부터 인화까지 작가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아날로그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민병헌은 손으로 인화한 흑백 사진 속에서 빛과 어둠, 그 사이의 무수한 회색조를 섬세하게 조율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민병헌 그레이(grey)’로 불리는 독자적인 미학을 낳았다.

 

 [코리안투데이] 군산근대미술관민병헌초대전개최  © 조상원 기자

 

전시작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지 않고, 흐릿한 경계를 통해 피사체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 회색의 결은 때로는 동양화, 때로는 추상화를 연상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대표 시리즈는 [Weed], [Deep Fog], [River], [Snowland], [Waterfall], [Sky], [Nude], [Bird]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병헌은 40년 넘게 일관된 시선으로 사진 작업을 이어오며, 단순한 기술적 재현을 넘어 감성적 경험을 확장해 왔다. 그는 연출 없는 사진 속에서 피사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관람객에게는 감각이 아닌 내면의 시선을 유도한다. 그의 사진은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고요히 감정을 공유하며 관람자 각자의 해석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결국 지나고 보면 내가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가가 남더라고요. 제 작품은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제가 찾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감상자에게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정서적 울림을 제공한다.

 

민병헌의 사진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며, 이번 군산 전시는 이전의 ≪戒≫, ≪황홀지경≫, ≪민병헌, 사진하다≫, ≪강≫ 등과 더불어 ‘회색의 미학’을 집중 조명한다. 군산근대미술관 관계자는 “흑백의 단순함이 아닌, 회색의 풍부한 서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사진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군산근대미술관은 매년 원로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해 지역 예술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시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회색의 감성을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깊은 여운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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