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서 소외된 어르신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요즘은 병원도 스마트폰 없으면 진료 예약도 힘들어요.”  

한 어르신이 건네던 이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태블릿을 익히고, 젊은 세대는 모바일 뱅킹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부모 세대, 시니어들이다.

 

우리는 흔히 교육 격차라고 하면 소득이나 지역 차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지금, 또 하나의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세대 간 디지털 격차다. 스마트폰 하나면 은행, 병원, 관공서, 심지어 취미 활동까지 가능한 시대지만, 그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

 

한 시니어는 나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이제는 내 자식 얼굴도 카톡 없이는 보기 어렵다. 그런데 그걸 누가 알려주지도 않아.” 자식들과 대화도, 사회와의 연결도 점점 끊기며, 어르신들은 고립감을 느낀다. 정보는 넘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보는지’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마치 문 앞에 음식이 가득한데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코리안투데이] 배움’에서 소외된 어르신 모습(AI 생성 이미지)© 김미희 기자

물론 지자체나 복지관 중심으로 디지털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접근성과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몇 주짜리 단기 교육으로는 근본적인 이해나 자신감을 심어주기 어렵다. 더구나 수업시간에 “이건 몰라도 된다”고 넘겨버리는 순간, 어르신들은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책에 빠진다.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여야 한다. 시니어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가며, 다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세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포용이다.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몰라서가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제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느리고 반복적이더라도, 존중과 인내로 다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때론 ‘버튼 누르기’보다 ‘함께해주는 마음’이 더 큰 힘이 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시니어가 된다. 오늘 우리가 외면한 디지털 격차는, 미래의 우리 모습이 될 수 있다.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 그 출발은 ‘디지털도 배울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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