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산의 겨울나무 뜨개옷을 입다

배봉산의 겨울나무 뜨개옷을 입다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이 겨울을 앞두고 따뜻한 옷을 입었다. 전농2동 자원봉사캠프(캠프장 이윤경)는 지난 10월 초부터 배봉산 일대 나무들에 손뜨개로 만든 겨울옷을 입혀, 차가운 계절을 앞둔 산책길에 온정을 더하고 있다.

 

 [코리안투데이배봉산을 찾은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사진제공동대문구청ⓒ 박찬두 기자

 

이 사업은 동대문구청 정원도시과의 예산 지원을 받아 추진되었다. 자원봉사캠프 회원들은 기획부터 제작,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4개월에 걸쳐 직접 진행하며 깊은 정성을 쏟았다. 그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알록달록한 핸드메이드 뜨개옷은 배봉산 곳곳의 나무를 감싸며, 산 전체를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물들이고 있다.

 

이번에 설치된 뜨개옷은 내년 3월까지 약 6개월간 유지된다. 각 나무에는 봉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야광 네임택이 부착되어 있다. 낮에는 다채로운 장식으로 눈길을 끌고, 밤에는 은은한 빛을 발하며 산책객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전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깃든 마음의 온기다.

 

전농2동 주민센터에도 같은 모티브의 가랜드(장식용 꽃줄)가 설치되어 겨울 분위기를 한층 더하고 있다. 주민센터를 찾는 이들에게도 배봉산의 온정이 이어지며, 지역 전체가 하나의 따뜻한 울타리로 묶이는 느낌을 준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지난 1112일 현장을 방문해 이 특별한 사업을 격찬했다. 그는 자원봉사캠프 회원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뜻깊은 선물이 되었다, “단순히 나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배봉산 둘레길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의 말 속에는 주민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사람 중심 정원도시의 비전이 녹아 있다.

 

배봉산의 겨울 나무들은 이제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유교의 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마음이 이 뜨개옷에 스며들어 있다. 불교의 자비(慈悲)처럼, 이 작은 손길은 모든 생명을 품는 넉넉한 품을 보여준다. 도교의 자연과 하나 되는 철학이 이 숲에서 피어나며, 나무와 사람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겨울의 배봉산 둘레길을 걷는 이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마음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뜨개옷을 두른 나무들은 마치 옛 시인의 붓끝에서 태어난 한 폭의 겨울 풍경화처럼, 보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새긴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손길이 빚어낸 생명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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