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원에서 일상처럼 예술을 만나는 문화 실험이 가을과 함께 이어진다. 서울 양천구는 10월 21일부터 11월 4일까지 오목공원 내 ‘오목한미술관’에서 기획전시 「가을 산책」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9인의 회화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으로,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가을의 풍경과 감정을 그림으로 마주하도록 기획됐다.
![]() [코리안투데이] 오목한 미술관 전경(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오목한미술관은 2023년 12월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조성된 개방형 전시공간이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이 공간은 ‘생활 속 예술’을 지향하며, 회화·목조각·세라믹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매월 선보여 왔다.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와 무료 관람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 3만 명을 넘어섰고,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기획전 「가을 산책」은 계절의 변화가 가장 선명한 시기를 배경으로, 자연과 일상, 감정의 풍경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회화 18점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는 세대와 표현 방식이 다양한 9인으로 구성돼, 관람객은 하나의 주제 안에서 서로 다른 감성과 해석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특정 동선이나 설명에 얽매이지 않고, 공원 산책의 흐름 속에서 작품을 만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가을의 색채와 정서를 중심으로 한다. 이승희 작가의 「동심 소환」은 유화 특유의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가을의 감성과 순수한 기억을 불러낸다. 곽정숙 작가의 「늦가을 숲」은 깊어가는 숲의 고요함을 절제된 붓터치로 표현하며, 계절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정적을 화면에 담았다. 이은미 작가의 「가을은」은 시골 은행나무 길을 소재로, 일상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밖에도 박윤선 작가의 「동화 나라로의 여행」은 상상력이 가미된 색채로 일상의 탈주를 제안하고, 백영숙 작가의 「귀항」은 여정의 끝에서 마주하는 안정과 회복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진향 작가의 「장미 정원」, 임양리 작가의 「듬뿍」, 전인숙 작가의 「Honey apple」, 조소현 작가의 「루비 공주」 등은 각각 자연과 사물, 인물에 대한 감각적 해석을 통해 전시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작품들은 과도한 설명 없이도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읽히도록 배치됐다.
오목한미술관이 지향하는 전시 방식은 ‘관람을 위한 방문’이 아닌 ‘방문 중의 관람’이다. 공원을 찾은 시민이 운동이나 산책을 하다 잠시 들러 작품을 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흐름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미술관 방문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문화 향유의 저변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공원과 미술을 결합한 개방형 전시가 시민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관람 안내도 일상 친화적으로 구성됐다. 오목한미술관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에 휴관하며, 그 외 평일과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별도의 예약이나 입장료는 없고, 공원 이용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특정 연령이나 계층을 제한하지 않아 가족 단위 방문객과 인근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관람층의 유입이 예상된다.
양천구는 오목한미술관을 중심으로 공원 기반 문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도심 속 녹지와 예술 공간을 결합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대규모 시설 중심의 문화정책이 아닌, 생활권 내 소규모 공간을 활용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성과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가을 산책」전 역시 이러한 방향성의 연장선에 있다. 계절을 매개로 한 전시는 시민의 감각을 환기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공원의 풍경과 전시 작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되는 구조다.
양천구는 향후 오목한미술관을 중심으로 지역 작가와의 협업, 장르 확장형 전시,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예술이 특별한 날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산책처럼 반복 가능한 경험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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