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웨이·안전진단 소급’으로 판을 바꾸다…양천구, 정비사업 혁신행정으로 지방자치 혁신대상 2년 연속 최우수

도시 정비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제도는 경직돼 있으며, 행정은 조심스러울수록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서남권에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주민 체감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양천구가 있다. 양천구는 ‘그린웨이’와 ‘안전진단 소급 적용’이라는 제도적 해법을 앞세운 혁신행정으로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 혁신대상’ 행정혁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2년 연속 최우수기관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코리안투데이]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 혁신대상 행정혁신 부문 최우수상 기념 사진
(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지방자치 혁신대상은 대한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후원하는 상으로, 매년 지방자치 혁신과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한다. 양천구는 지난해 공항소음 대응 정책으로 도시혁신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도시정비 분야에서 다시 한번 최고 평가를 받았다. 단발성 성과가 아니라 정책의 연속성과 구조적 혁신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천구 혁신의 핵심은 ‘속도를 내기 위한 행정’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구는 ‘양천 100년 미래도시’를 목표로 정비사업 전반을 재설계했다. 단순한 인허가 지원을 넘어, 제도 해석과 적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의 소급 적용이다.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이 발표된 이후에도 많은 지역이 기존 기준에 발이 묶여 있던 상황에서, 양천구는 선제적으로 소급 적용을 추진해 17개 단지, 약 2만7천 세대의 안전진단 조기 통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단지별 사업 시계를 수년 앞당긴 결정적 계기였다.

 

20년 넘게 풀리지 않던 목동아파트 1~3단지 종상향 문제 해결은 양천구 행정 혁신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기존의 획일적 공공기여 방식 대신, 전국 최초로 ‘목동 그린웨이’라는 개방형 녹지축 조성 모델을 제안했다. 도로 위를 단순히 통과하는 녹지가 아닌, 단지와 단지를 잇고 지역 전체의 보행 환경과 경관을 개선하는 공공자산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 방식은 종상향과 공공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서울시 도시계획의 새로운 사례로 기록됐다.

 

조직 개편도 정비사업 가속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양천구는 구청장 직속으로 ‘도시발전추진단’을 구성해 재건축·재개발·모아타운 등 도시정비사업을 전담 지원하고 있다. 단일 부서가 아닌 컨트롤타워 개념으로, 기획·법률·건축·도시계획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여기에 ‘찾아가는 정비사업 컨설팅’을 통해 조합과 추진위, 주민을 직접 만나 현장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며 행정과 주민 간 정보 격차를 줄였다.

 

지식 기반 지원도 병행됐다. 202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열리고 있는 ‘양천구 도시정비사업 지식포럼’에는 3년간 약 4,500명이 참여했다. 제도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례와 단계별 전략을 공유하는 이 포럼은 주민 불안을 낮추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했다. 전국 최초로 제작·배포된 도시정비사업 가이드북과 재건축·재개발 절차도는 복잡한 사업 구조를 시각화해 주민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다층적 지원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 목동아파트는 6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했고, 4~14단지 11개 단지가 정비구역으로 확정됐다. 연내 14개 전 단지 정비구역 지정 완료를 앞두고 있어, 목동 일대는 본격적인 신도시급 변화를 준비 중이다.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해 신월1·3동 모아타운,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 등 신월·신정 지역에서도 균형 있는 정비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양천구의 혁신은 도시정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항공기 소음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구 직영 공항소음대책 종합센터 설치, 기초자치단체 최초 재산세 감면 등 공항소음 피해 주민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으로 도시혁신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주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기준으로 행정 성과를 설계해온 양천구의 정책 철학을 보여준다.

 

도시정비는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느리면 기회는 사라지고, 빠르기만 하면 갈등이 커진다. 양천구가 보여준 해법은 제도를 정확히 읽고, 주민과 함께 가는 방식이었다. 규정을 피해 가지 않고, 해석의 폭을 넓혀 공공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한 전략이다.

 

 

행정의 역할은 허가자가 아니라 촉진자라는 점을 양천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린웨이와 안전진단 소급이라는 선택은 한 지역의 재건축 속도를 바꿨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 혁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양천의 변화는 이제 특정 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정비 행정이 나아갈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