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언어교육: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쳐라

AI시대의 언어교육: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쳐라

 

AI 시대의 언어교육으로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치라고 말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을 하느냐고 할 것이다. 첨단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에 영어를 먼저 배워야지 무슨 한자를 배우라는 것이냐며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AI 기반 언어가 한글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한글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어찌 한자를 배우지 않고 한글로 된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하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코리안투데이퇴계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의 전경(사진제공안동시 서원소개ⓒ 박찬두 칼럼니스트

필자는 대학 시절 어느 불교학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놀라움과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교수님이 하버드 대학을 방문하여 불교학자인 젊은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하였을 때였다고 한다. 그 교수는 마침 산스크리트어를 한자와 영어로 동시에 번역하고 있었다고 한다. 산스크리트어라면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인도의 고대 언어이며, 불교 경전에 쓰인 언어이다.

 

그런데 아무리 하버드 교수라고 할지라도 산스크리트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을 한자로 번역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한국의 어느 불교학자가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짐작하건대 필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산스크리트어만 하더라도 제대로 공부하려면 20여 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려고 사전만 몇 권을 사고, 문법책도 몇 권을 사면서 여러 번 도전한 끝에 겨우 입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언어이다.

 

그리고 자신의 언어인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로 번역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자는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문을 제대로 해석하는 데만도 20여 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언어이다.

 

   [코리안투데이산스크리트어 글자와 발음(자료제공인도대학언어연구소ⓒ 박찬두 칼럼니스트

 

중국의 고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은 수많은 학자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고, 아직도 그 해석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한문의 해석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그것을 한문이라는 문장으로 자유롭게 쓴다고 하는 것은 정말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지인으로부터 비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힘겹게 써 드린 적이 있다.

 

그렇게 어려운 산스크리트어와 한문을 젊은 교수가 자유자재로 해석하고 번역을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 젊은 교수는 고전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고대 언어를 익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해야 진정으로 학문다운 학문을 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희랍어나 산스크리트어, 한문을 공부하지 않으면 고전과 경전을 직접 보지 못하므로, 항상 다른 사람이 번역한 번역본이나 다른 사람이 쓴 논문만 보고 학문을 연구하는  패러사이트 스칼라(Parasite Scholar) 즉 위성 학자(Satellite Scholar), 주변 학자(Peripheral Scholar)밖에 되지 못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교수는 큰 충격과 함께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학문하는 사람들이 고전 언어를 얼마나 중요시해야 하며, 학문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코리안투데이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자료제공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단원 풍속도첩ⓒ 박찬두 칼럼니스트

 

필자는 서당에서 공부하면서 스승이 대만에 가서 교수로부터 유교와 불교와 도교의 경전을 다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는데, 필자도 그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한문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은 물론, 다른 종교의 경전도 배워야 한다는 학문의 포용성과 깊이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한글이 연꽃이라면 한자는 연꽃의 뿌리인 연근이다. 연근이 없으면 연꽃은 피어날 수가 없다. 뿌리를 잘 가꾸어야 꽃이 제대로 피어난다. 한글이 전 세계적으로 배우기 쉽다고 한글 배우기에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 말과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언어의 70%는 한자어로 되어 있고, 고전이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어서, 학문을 하려면 한자를 익히고 한문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등 영어 공부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한자를 가르치려는 열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요즘은 어린 자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려는 경우는 드물고, 한글과 영어부터 가르치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치기를 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글 교육이나 영어 교육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치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한자보다 한글을 먼저 가르치면, 한자를 익히는 데 어려움을 덜 겪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한자는 글자가 복잡하여 한글보다 익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를 먼저  익히고 나면 한글은 나중에 한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음과 훈을 익히면서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자가 어렵다고 하나 한자 중에 상형문자가 약 700여 자가 되는데, 이것부터 가르치면 수월하게 한자를 익힐 수 있다. 상형문자는 그림문자이고, 대상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익히기가 수월하다. 오히려 한글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아이들은 그림을 닮은 한자를 아주 쉽게 익힌다. 즉 한글보다 한자를 더 빨리 익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전’의 모습(자료제공은마미 라이프ⓒ 박찬두 칼럼니스트 

 

또한 한자를 가르치면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세 배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자 자를 배울 때 밭 전이라고 배운다. ‘이라고만 배우는 한글과 달리 ’, ‘’, ‘이라는 세 가지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언어 능력은 사고능력으로 이어져서 머리도 좋아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세 배의 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으니, 학습 능력 즉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자를 배우면 순우리말을 배우지 않는다고 하나, 오히려 한자를 배우면서 순우리말을 더 많이 배우게 된다. ‘뫼 산’,  ‘아름다울 미’,  ‘나라 국’,  ‘아름답다’,  ‘나라등은 순우리말이 아닌가.

 

나아가 한자를 배우면 단어의 뜻을 명료하게 알 수 있다. ‘독립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자를 배운 사람은 홀로 독’, ‘설 립이라는 한자를 알아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는 것이라고,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단어의 뜻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게 된다. 그러나 한자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문은 학문용어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학문용어는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글로 하면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면서 함축적인 한자어를 학문용어를 정하기 때문에, 법률용어이든, 의학용어이든, 공학 용어든 대부분 학문용어는 한자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한자를 많이 익혀 놓으면 대학이나 대학원을 가서 어느 분야를 공부해도 수월하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학문은 역사가 있고, 뿌리가 있다. 그리고 역사와 뿌리를 알아야 그 기반 위에서 자신의 학문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뿌리인 한자를 익히는 것은 학문의 뿌리를 익히는 것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특히 동양의 학문은 고전의 해석에서 시작하여 해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그 잘못된 해석은 반복되게 되고, 나아가 제대로된 창조적인 해석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의상조사 법성게 전문 ⓒ 박찬두 칼럼니스트

 

예를 들면 화엄사상을 요약한 천하의 명문이자 깊은 사상을 담고 있는 의상조사(義湘祖師)법성게(法性偈)’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無名無相絶一體(무명무상절일체)

證智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이것을 대부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가 끊어졌고,

깨달은 지혜로 아는 바이니 다른 경계가 아니로다.

 

의상 이후에 얼마나 많은 고승대덕이 있는데도, 누가 한번 번역한 이것을 한국의 불교도들은 계속 그대로 아침저녁으로 독송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의 원문을 읽지 않고 한글로만 경전을 읽는 사람은 이 해석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가 어렵다. 한문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이것의 해석에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위의 구절과 아래 구절은 대구이기 때문에 무명무상처럼 증지소지를 대구로 해석해야지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무명무상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음이라고 대등한 관계로 해석하였으면, ‘증지소지깨달은 지혜와 깨달음의 대상으로 대등한 관계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가 끊어졌고,

깨달아 아는 지혜도 깨달음의 대상도 여타의 경계가 아니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필자는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맥의 앞뒤를 살펴보면 깨달은 지혜로 아는 바이니 다른 경계가 아니로다라는 해석이 등장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은 차후에 논할 문제여서 여기서 생략하고자 한다.

 

고전을 누가 한번 한글로 해석해 놓으면 그것을 그냥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자와 한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고전을 한글로 모두 번역한다고 해도 잘못된 번역은 그대로 반복하게 되고, 눈 밝은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고쳐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자, 한문을 잘 모르면 잘못된 번역을 바로 잡을 수 없고,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이 끊기고 전통 계승이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머리가 좋은 것은 한글의 영향이 크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한글은 배우기 쉽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일찍 문자를 익히게 되고, 그로 인해 두뇌 발달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거기에 한자를 함께 배우게 되면  70%나 되는 한자어를 바르게 이해하게 되어 풍요로운 언어생활을 할 수 있개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자와 한문을 소중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배우는 데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자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서양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우리는 2천 년이나 사용해왔고, 지금도 한자를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문화의 뿌리이자 저력이며, 한류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자는 인성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자, 나아가 한자어의 의미와 철학을 이해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성을 기르게 된다. 이는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도와주게 된다.

 

한자는 글로벌 시대에 동아시아의 중요한 국가이자 이웃 국가의 언어인 일본어와 중국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자를 먼저 배우면 이들 언어를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온 어느 노교수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천자문을 가르쳤더니 자녀들이 모두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했다고 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한문을 가르쳤던 것이 공부를 잘하게 되었고 명문대학에 진학한 것 같다며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들었다. 공연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리안투데이김홍도의 풍속화 길쌈’. 뒤에 공부를 하는 아들의 모습(자료제공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단원 풍속도첩ⓒ 박찬두 칼럼니스트

 

학생들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나 무슨 시험을 볼 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럴 때 대부분 한자어로 된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슨 자격증을 공부해본 사람은 쉬운 말을 어려운 한자어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중고등학생의 공부나 학문이나 자격증 공부나 실상은 평범한 말을 어려운 한자 용어로 바꾸어 놓고 공부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자를 익히면 공부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필자는 서두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가르치라고 했는데, 한글을 가르치기 전에 6살 전후(우리말을 90% 익히고, 창의적으로 말할 수 있어서 문자 교육을 하는 적기가 6살 전후라고 한다)에 가르치되 쉬운 상형 한자부터 먼저 가르치기를 권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언어 교육에서 한자를 먼저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언어 능력,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사고력, 인성,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교육자와 부모는 한자를 포함한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한국의 미래 세대는 더욱 풍부한 언어 능력과 깊이 있는 사고를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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