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세상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줄래?”

 

난청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듣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대화에 끼지 못하고, 점점 소통이 줄어들고, 결국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보청기 착용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불편할 것 같아서”, “늙어 보일까 봐”,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라는 여러 이유로 보청기 착용을 미루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를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소리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며,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따라서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청각 기능이 아니라,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에 가깝다.

 

오늘도 수많은 난청인이 가족과 대화할 때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보청기 착용은 단순히 ‘잘 듣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가족과의 유대감을 회복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이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세상

 [코리안투데이]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줄래?  © 지승주 기자

1. 난청이 가져오는 보이지 않는 벽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단순히 대화가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가 어려워진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미묘한 뉘앙스를 놓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족 모임에서 모두가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 난청을 가진 사람은 그 대화에 완전히 참여하지 못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화에서 소외된다. “아까 무슨 얘기 했어?”라고 묻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다 보면 점점 질문하는 것 자체가 미안해진다.

 

결국, 난청을 겪는 사람들은 대화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과의 소통이 줄어들고 사회적 관계도 점점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정서적 외로움과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다. 난청이 있는 노인들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보청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보청기를 하면 나이 들어 보일 것 같아서”, “불편할 것 같아서” 등 여러 이유로 보청기 착용을 미루지만, 사실 보청기는 단순한 보조기기가 아니다. 보청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통의 연결고리’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능적 불편이 아니라, 감정을 교류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 우리는 단순히 단어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대화한다. 보청기는 그런 감정을 되찾아주는 중요한 도구다.

 

보청기를 착용한 후, 가족들과의 대화가 다시 자연스러워졌다는 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있다. TV 볼륨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아도 되고, 전화 통화도 더 이상 어려움 없이 가능해진다. 손주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웃고, 아내나 남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해주는 기기’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다.

 

3. 듣지 못하는 것보다, 듣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난청을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청력이 저하되면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점점 퇴화할 가능성이 높다. 즉, 난청을 오래 방치할수록 듣는 능력 자체가 점점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경우, 보청기를 착용한 후 소리가 갑자기 선명해지는 경험을 하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작은 소리들까지 한꺼번에 들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뇌가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보청기 착용은 단순한 청각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과정이다. 우리는 소리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보청기 착용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소리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소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며, 감정을 전달하는 통로다. 우리는 귀로 듣지만, 사실은 마음으로 듣는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단순히 ‘잘 듣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정이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늙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적극적인 삶’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혹시 보청기 착용을 망설이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세상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보청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의 연결을 다시 만들어주는 작은 다리이며,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다. 이제, 더 이상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당신의 귀가 아닌, 당신의 마음으로 듣는 순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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