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은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각 시기를 바라보는 지혜의 이름으로 완성된다. 충년, 지학, 약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처럼 삶의 구간마다 붙여진 한자어는 인간의 성장을 축복하고, 인생의 길을 아름답게 기록하는 전통적 철학이다. 나이를 부르는 이름만 바꿔 보아도 삶은 더 풍성하게 느껴지고, 매 순간이 의미 있는 여정임을 깨닫게 된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62. 나이를 부르는 따뜻한 지혜: 한자 속에 담긴 인생의 단계들 © 지승주 기자 |
사람의 일생은 숫자로 따지면 단순한 나이의 흐름이지만,
옛사람들은 그 나이에 이름을 붙여 삶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그 이름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이 시기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였습니다.
■ 10대 — 충년(沖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운이 솟고 날마다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비어 있는 듯하지만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 15세 — 지학(志學)
마음에 뜻을 세우고 배움에 방향을 정하는 나이입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싹트기 시작하지요.
■ 16세 — 과년(瓜年)
열여섯의 싱그러움을 참외 과(瓜)로 표현했습니다.
풋풋한 열매처럼 삶의 향기가 맺히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여겼습니다.
■ 20세 — 약관(弱冠) / 여자 방년(芳年)
남자는 갓을 쓸 수 있는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기,
여자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비로소 자기 삶을 책임지는 첫걸음을 내딛는 나이지요.
■ 30세 — 이립(而立)
“스스로 서게 된다”는 뜻.
삶에서 중심과 기준을 잡아가는 시기입니다.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길러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 40세 — 불혹(不惑)
이제는 세상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생각과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나이입니다.
마음의 눈이 조금씩 맑아지고,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50세 —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깨닫는 시기라 했습니다.
내가 해온 길,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가 조금씩 정리되는 때입니다.
■ 60세 — 이순(耳順)
듣기 싫은 말도 원만하게 들을 수 있는 나이.
마음이 넉넉해지고 타인의 삶도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습니다.
■ 61세 — 환갑(還甲)*/ 62세 — 진갑(進甲)
태어난 갑자(甲子)로부터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시작하는 의미입니다.
여기부터의 시간은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 70세 — 고희(古稀)
옛적에도 드물었다는 나이.
삶을 오래 살아낸 분에게만 허락되는 귀한 이름입니다.
종심(從心), 즉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 살아도 허물이 없다는
넉넉한 마음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 77세 — 희수(喜壽)
‘喜(희)’자를 풀어 쓰면 七十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
기쁨으로 나이를 축하한다는 의미입니다.
■ 80세 — 팔순, 산수(傘壽)
산(傘) 자를 보면 ‘八十’처럼 보이지요.
삶의 지혜가 우산처럼 주변을 덮어주는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 88세 — 미수(米壽)
여든여덟을 모으면 ‘米’.
곡식처럼 풍요롭고 잘 익은 노년이라는 뜻입니다.
■ 90세 — 구순, 졸수(卒壽)
졸(卒)은 ‘마칠 졸’.
인생을 한 장 한 장 마무리하며 감사의 시간을 누리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 99세 — 백수(白壽)
百에서 一을 빼면 白.
백을 향해 가는 마지막 고귀한 숫자입니다.
■ 100세 — 상수, 기원지수
상(上)은 으뜸, 가장 높다는 뜻.
한 세기를 온전히 살아낸 분에게 드리는 최고의 존칭입니다.
■ 111세 — 황수(皇壽)
황제의 수명에 비유한 이름.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장수의 표현이 있을까요.
■ 120세 — 천수(天壽)
하늘이 내려준 수명.
축복 중의 축복, 인생의 가장 빛나는 완성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의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삶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이름의 여행입니다.
한 살을 먹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선물받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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