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장의 경쟁이 ‘최고 성능’에서 ‘최적 효율’로 확장되는 가운데, 구글이 경량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다. 구글은 17일(현지시간) ‘제미나이 3 플래시(Gemini 3 Flash)’를 출시하며, 빠른 응답 속도와 낮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성능을 구현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 모델은 지난달 공개된 플래그십 ‘제미나이 3 프로’의 경량 버전으로, 실사용 환경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코리안투데이] 구글 안티그래비티 유튜브에 소개된 제미나이3 플래시 한정판 © 변아롱 기자 |
구글은 제미나이 3 플래시를 “속도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지능”으로 소개했다. 텍스트 중심의 추론을 넘어 이미지와 동영상 분석, 음성 기반 상호작용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역량을 강화했고, 음성 입력만으로도 앱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개발 친화적 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출시와 동시에 제미나이 앱과 검색의 AI 모드에 기본 모델로 탑재되며, 구글 AI 스튜디오, 버텍스 AI, 제미나이 API를 통해 미리보기 형태로 제공된다.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와 제미나이 CLI 등 개발자 도구에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출시로 구글은 제미나이 3 프로, 고급 추론 특화 모델 ‘제미나이 3 딥 싱크(Deep Think)’, 그리고 제미나이 3 플래시로 이어지는 3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플래시는 ‘제미나이 2.5 플래시’ 발표 이후 6개월 만에 선보인 경량 모델이지만, 단순한 소형화가 아니라 성능 자체를 크게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외부 벤치마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난도가 가장 높은 평가로 꼽히는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에서 제미나이 3 플래시는 33.7%를 기록했다. 이는 제미나이 3 프로(37.5%)와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5.2(34.5%)에 이어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복잡한 도형 패턴을 추론하는 ‘ARC-AGI-2’에서는 33.6%를 기록해 제미나이 3 프로(31.1%)를 앞섰으며, 다만 GPT-5.2의 52.9%에는 미치지 못했다.
멀티모달 종합 평가인 ‘MMMU-프로’에서는 81.2%를 기록하며 경쟁 모델을 모두 앞질렀다. 반면, 수학 평가 ‘AIME 2025’와 고급 과학 지식 테스트 ‘GPQA 다이아몬드’에서는 GPT-5.2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순수 추론력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량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과는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개발·코딩 성능이다. 코딩 자동화와 에이전트 워크플로우 역량을 측정하는 ‘SWE-벤치 베리파이드’에서 제미나이 3 플래시는 78%를 기록해 제미나이 3 프로(76.2%)를 넘어섰다. GPT-5.2의 80%에는 소폭 뒤지지만, 속도와 비용을 중시하는 대규모 개발 환경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외부 평가 기관의 종합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인공지능 지능 평가로 알려진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최신 순위에서 제미나이 3 플래시는 전체 3위를 기록하며, 앤트로픽의 플래그십 모델 ‘클로드 오퍼스 4.5’까지 앞섰다. 이는 경량 모델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로, 구글의 효율 중심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구글은 성능뿐 아니라 비용 효율을 제미나이 3 플래시의 핵심 경쟁력으로 강조한다. 사고(think) 깊이를 조절해 복잡한 작업에서는 더 오래 추론하도록 설정할 수 있으면서도, 일반적인 트래픽 기준으로 이전 ‘제미나이 2.5 프로’ 대비 평균 30% 적은 토큰을 사용하고 처리 속도는 3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3달러로, 프론티어 모델 중에서도 최저 수준에 가깝다. 이는 GPT-5.2의 1.75달러/14달러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미 젯브레인즈, 피그마, 커서, 하비, 래티튜드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버텍스 AI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제미나이 3 플래시를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측은 대량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 환경에서 특히 높은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AI 경쟁 구도 역시 흥미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 3 시리즈 출시 이후 API를 통한 일일 토큰 처리량이 1조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가 GPT-5.2 출시 첫날 API 1조 토큰을 돌파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양사의 경쟁이 단순 성능 비교를 넘어 실제 사용량과 생태계 확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미나이 3 플래시는 최고 성능의 왕좌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속도·비용·성능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초고성능 단일 모델을 넘어, 용도별로 최적화된 AI를 선택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구글의 경량화 전략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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