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없는 열차는 기억과 상실, 그리고 감정의 거리감을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동시대 연극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강렬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대신, 조용히 흐르는 시간과 침묵의 순간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첫 장면부터 뚜껑없는 열차는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바라보게 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끈다.
![]() [코리안투데이] 우리는 언제부터 감정의 온도를 스스로 낮추기 시작했을까 ©김현수 기자 |
이 연극에서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뚜껑없는 열차 속 기차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억의 공간이자,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잠시 머무는 장소로 기능한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 여정은 삶 그 자체를 닮아 있으며, 관객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대 위 시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연출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무대 위에는 최소한의 소품만이 배치되고, 색채와 조명 역시 감정을 과도하게 유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선택은 배우의 움직임과 호흡, 그리고 침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뚜껑없는 열차는 여백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며,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멈춰 있는 시간과 시선의 교차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뚜껑없는 열차에서 감정은 폭발하지 않고, 서서히 스며든다. 이는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각자가 느끼는 방식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주제적으로 이 연극은 현대인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사회 속에서 뚜껑없는 열차는 느림과 정적의 가치를 제안한다. 표현되지 못한 말들, 정리되지 않은 기억들이 어떻게 삶 속에 남아 있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동시대 한국 연극의 흐름 속에서 뚜껑없는 열차는 소극장 공연이 지닐 수 있는 밀도와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거대한 메시지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경험에 집중하며, 관객과의 조용한 교감을 선택한다. 이러한 태도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결국 뚜껑없는 열차는 화려함보다 진솔함을 택한 작품이다. 이 연극은 삶의 굴곡보다는 그 사이에 놓인 감정의 결을 바라보게 한다. 관객은 기차가 멈춘 뒤에도,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김현수 기자 :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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