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언어가 필요 없다는 MIT 연구팀의 발견

생각에 언어가 필요 없다는 MIT 연구팀의 발견

 

동양의 종교적이고 철학적 관점에서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깊다. 불교에서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개념을 통해, 절대의 깨달음의 세계는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고, 사고로 생각하여 짐작할 수도 없다고 본다. 이는 마음의 작용이 미치지 못하는 절대 경계에 도달하는데 언어를 초월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노자는 도를 도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있는 그대로의 도에는 이르지 못한다(道可道非常道)”고 주장하며, 궁극적인 깨달음은 언어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며,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도 언어와 사고의 관계는 오랜 철학적 논쟁의 주제였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저서 테아이테토스에서 내가 영혼과 나누는 내면의 대화가 생각이다라고 주장하며, 언어가 생각의 기반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비트겐슈타인은 특정한 경험에 대해서 우리는 말할 수 있지만 그 밖에 가장 본질적인 측면들을 기술할 수는 없다.”며 언어에 대한 불완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련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흥미로눈 이 주제에 대해 실험적으로 접근해, 언어가 사고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밝혀내면서 동양의 언어관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IT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언어 과제를 수행할 때와 사고 과제를 수행할 때의 뇌 활성화를 비교 분석했다(MIT McGovern Institute에서 발표한 “Can we think without language?” 라는 기사 참조). 이 기사에서 언어가 없더라도 사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엉망인 문장을 읽은 다음 제대로 된 문장을 읽는 식으로 언어 관련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제대로 된 언어를 처리할 때에만 활성화되는 특정 뇌 영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반면, 참가자들이 퍼즐을 푸는 등 다양한 사고 실험에 참여할 때는 뇌의 더 많은 부위가 활성화되었고, “언어 실험 때 활성화한 부위와는 거의 겹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인간이 사고할 때 언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 예로 연구진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말을 할 수 없게 된 환자들도 분석했다. 뇌 손상으로 단어를 잊거나 뜻을 이해 못 하는 실어증 환자의 경우에도 수학 문제를 풀거나 체스 게임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언어가 사고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로 제시되었다. 연구진은 언어의 쓰임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철학적, 종교적 관점에서 언어의 한계와 언어를 초월한 깨달음에 대해 논의하면서도 언어를 사용해 논의를 전개하는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언어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가 절대적 진리를 획득되어야 할 대상은 언어로써 지칭할 수 없는 대상이지만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은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코리안투데이] 색깔이 있는 영역은 언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을 나타냄. 이미지 제공 : 페도렌코 연구소 © 박찬두 기자

그리고 MIT 연구팀은 실험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분석했으나 이 연구도 언젠가는 또다른 실험에 의해 반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추론을 위해선 언어가 필수라고 주장했고, 2000년대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언어와 사고가 뇌의 같은 부분을 활성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연구진은 당시 연구에 사용된 뇌 스캔 기술은 지금보다 훨씬 뒤떨어진 상태였고, 실험 참가자도 너무 적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발전된 연구가 이번 연구결과를 반박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 마음의 정적인 관점은 언어와 사고가 대체로 단절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반면, 역동적 관점은 발달 전반에 걸친 언어사고 상호 작용의 풍부한 본질을 암시한다는 주장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MIT 연구팀의 실험적 접근이 언어가 사고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고종교적, 철학적 논의도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서양이 서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깊이 천착해온 현대 언어잘학자들에게도 깊은 성찰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고, 언어의 역할과 한계를 재고하게 하며 언어를 초월한 사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기여를 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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