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생각해주는 시대,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앤트로픽이 공개한 보고서는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교육의 변곡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100만 건이 넘는 클로드(Claude)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미 AI를 학습 도구를 넘어 ‘생각의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이 변화는 겉보기엔 기술의 진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중요한 교육적 질문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 중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은 5.4%에 불과했지만, 전체 클로드 이용 대화의 무려 38.6%를 차지했다. AI와의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한 전공 분야였다는 뜻이다. 코딩 프로젝트 구성, 학술 에세이 편집, 요약 정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클로드가 사용되었고, 주요 목적은 교육 콘텐츠 제작(39.3%)과 과제 해결 지원(33.5%)이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학생들은 지금, AI를 자신들의 공부 친구로 삼고 있다.

 

앤트로픽은 이 상호작용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직접 문제 해결, 직접 결과 생성, 협업형 문제 해결, 협업형 결과 생성. 전공별로, 주제별로 이 네 가지 유형에 대한 선호도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난 점은 한 가지였다. 클로드는 분석(30.2%)과 창출(39.8%)이라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 영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의 인지 영역 분류에 따르면, 이는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사고 능력이다. 요컨대, AI는 학생들의 ‘생각’을 대신해주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AI가 대신 해주는 영역대 © 김미희 컬럼니스트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단순한 계산이나 암기 문제를 넘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이나 비판적 분석까지 AI에 위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되묻게 만든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AI가 그 사고의 대부분을 대신해주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특히 일부 학생들이 표절을 피하기 위해 문장을 재작성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교육 윤리에 대한 경고등을 켠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AI의 활용이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사고를 우회하는 ‘지름길’로만 기능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학습의 퇴보를 의미한다.

 

앤트로픽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일부 대학과 함께 ‘학습 모드’를 개발 중이다. 이 모드는 소크라테스식 문답 구조와 개념 중심 설명을 통해, 단순한 정답 제공이 아닌 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AI를 단순 해결사가 아닌 ‘질문하는 AI’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기술이 교육 철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어떤 사고 기능은 AI에 맡겨도 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결정이 아닌, 철학적 고민이다. 우리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 AI와의 관계는 단순히 생산성을 위한 협업에서, 사고를 위한 동반자로 진화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 강조되는 시대에, AI는 도전이자 기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향을 잡고, 복잡한 개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생각하는 나’를 잊지 않아야 한다. 나의 질문, 나의 판단, 나의 관점을 갖는다는 건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AI와 교육이 만나는 접점은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미래의 기준이 될 논쟁 지점이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데이터 그 이상을 말해준다. 교육은 AI로 인해 더 풍성해질 수도, 더 빈약해질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생각을 위임할 것인가, 함께 사고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지금, 우리는 교육이라는 이름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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