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행정의 속도’는 곧 ‘복지의 체감도’로 직결된다. 특히 노인일자리처럼 참여 인원이 많고 필수 서류가 요구되는 사업에서는 절차 하나하나가 어르신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양천구가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위한 건강진단결과서 발급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현장 중심 행정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 [코리안투데이] 지난 2일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보인 확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양천구청) |
양천구는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요구되는 ‘건강진단결과서’ 발급 절차를 기존 3회 방문 방식에서 1회 방문으로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2026년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1,379명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된다.
그동안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건강진단결과서를 제출하기 위해 보건소를 여러 차례 방문해야 했다. 건강검진 신청을 위해 한 번,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그리고 발급받은 결과서를 수행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또 한 번 이동해야 하는 구조였다. 특히 고령의 어르신에게는 대기 시간과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었고, 연초 보건소 민원 창구 혼잡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원스톱 처리 방식’을 도입했다. 핵심은 어르신 개인에게 맡겨졌던 절차를 행정이 선제적으로 흡수한 것이다.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검사 대상자 명단과 신청서를 사전에 일괄 접수하고, 검사 당일에는 보건소 별관 로비층에서 신분 확인부터 채변검사, 흉부 X-ray 검사까지 한 번의 동선으로 순차 진행한다.
검사가 끝난 뒤 건강진단결과서는 보건소가 직접 취합해 수행기관으로 일괄 발송한다. 참여 어르신이 결과서를 직접 발급받아 제출해야 했던 번거로운 절차는 완전히 사라졌다. 수수료 역시 검사 당일 선납이 아닌 후불제로 전환해 현장 혼잡을 줄였다.
이번 개선으로 노인일자리 참여자 1,379명은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양천구는 검사 시간을 보건소 방문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후 시간대로 배치하고, 하루 검사 인원을 약 150명 내외로 관리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단순한 행정 간소화에 그치지 않고, 현장 교육도 함께 강화했다. 대상자의 다수가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인 점을 고려해 건강검진 방문 시 감염병 예방, 식중독 관리 등 기초 보건 교육을 병행한다. 이는 일자리 참여 전 위생관리 역량을 높여, 참여자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이용 주민의 건강까지 함께 보호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숫자로만 보면 ‘방문 횟수 감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령층에게 반복 방문은 곧 참여 의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일자리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정이 먼저 움직여 불편을 줄이면, 참여자의 만족도와 정책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절차 개선은 일자리 참여 어르신의 불편을 덜어드리는 동시에 연초 보건소 민원 혼잡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주민의 입장에서 작은 불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행정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행정 혁신이 반드시 거창한 시스템 개편이나 대규모 예산 투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존 절차를 다시 들여다보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며, ‘누가 가장 불편한가’를 기준으로 설계했을 때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소득 보전 정책을 넘어, 사회 참여와 삶의 활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 출발선에서부터 행정이 짐이 아니라 발판이 될 때, 정책은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양천구의 이번 건강진단 절차 개선은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확실한 변화’로 평가받을 만하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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