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해 도시 재난의 양상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지성 폭우와 태풍,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은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단순한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과 현장 대응 체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했는지가 재난 관리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풍수해 대비 현장점검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서울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자치구별 재난 대응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양천구가 풍수해 대응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자치구로 나타났다.
양천구는 서울특별시가 실시한 ‘2025년 풍수해 안전대책 평가’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합 1위를 기록하며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지방정부의 예방·대응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의 재난 대응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풍수해 예방과 대응 체계, 취약지역 관리, 취약계층 보호 대책, 자연재난 대비 계획 등 총 10개 분야 17개 세부 항목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 시스템뿐 아니라 실제 현장 대응 체계와 시설 관리 수준까지 함께 평가됐다.
양천구는 평가 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 서울시 측은 예방 중심의 재난 관리 체계와 현장 밀착형 안전망 구축이 높은 평가를 받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도시 재난 관리에서 가장 강조되는 개념은 ‘예방 중심 대응’이다. 재난 발생 이후 복구보다 사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피해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구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에 맞춰 예방 중심의 재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는 집중호우와 태풍이 집중되는 여름철을 대비해 5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운영한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폭우나 태풍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상황 모니터링과 현장 대응, 기관 간 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양천구는 재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도 강화했다. 대형 공사장, 사면 시설, 지하시설, 돌출 시설 등 침수 위험이 있는 취약지역 135곳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또한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 시설 관리도 강화했다. 빗물받이 2846개를 정비하고 하수관로 3만4326미터를 준설해 배수 기능을 개선했다. 이러한 작업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는 구조적인 침수 대응 역량도 강화했다. 대표적인 시설이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다. 이 시설은 폭우 시 빗물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대형 수방 시설이다.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과 빗물펌프장 등 주요 수방 시설을 상시 점검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했다. 또한 대심도 터널과 목동 유수지를 활용해 배수 능력을 높였다.
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인명 피해 예방이다. 양천구는 이를 위해 현장 중심 안전망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네 수방 거점’ 운영이다. 수방 거점은 침수 위험 지역에서 긴급 대응을 수행하는 현장 대응 거점이다.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또한 수방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강우량과 하천 수위 정보를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주민이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재해 취약계층 보호 정책도 강화됐다. 양천구는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 가운데 61가구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반지하 주택은 집중호우 시 침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침수 취약 가구 121곳을 대상으로 공무원 돌봄 서비스인 ‘동행파트너’ 제도를 운영했다. 공무원과 주민을 1대1로 매칭하고 최대 5명 규모 협력 체계를 구성해 정기 방문과 연락 체계를 유지했다.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훈련도 진행됐다. 구는 재난 상황을 가정한 모의 대응 훈련을 실시해 현장 대응 능력을 점검했다.
또한 재난안전통신망인 PS-LTE를 활용해 양천소방서와 양천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실시간 상황 정보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재난 발생 시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최우수구 선정은 기후 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에 대비해 예방 중심 재난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선제적 대응과 현장 중심 재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 현상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집중호우와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는 도시 인프라와 주민 안전을 동시에 위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재난 대응은 단순히 시설 관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행정 시스템과 주민 참여, 기술 기반 정보 관리가 결합된 종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양천구의 풍수해 대응 사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도시 안전은 결국 예방과 준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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