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애 민화, 주름진 감정과 구긋의 권리를 그리다

 

전통 예술이 현대의 감정을 껴안는 순간, 민화는 살아 있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고선애 민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존재한다. 그녀는 민화라는 형식을 통해 ‘구긋’—주름지고 구겨진 인간 감정의 표면—을 섬세하게 펼쳐낸다. 고양이라는 상징을 통해 표현되는 이 감정은 구겨진 종이처럼 꺾이고 흔들리며, 마침내 다시 펼쳐진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구긋의 권리로 읽는 고양이의 시선 © 김현수 기자

 

고선애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한국민화협회, 대갈화사 등 다양한 예술 단체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개인전 6회, 단체전 40회 이상, 수상 경력 28회 이상이라는 기록은 그녀의 예술 세계가 얼마나 치밀하고 탄탄한지를 말해준다. 특히 2025년, 그녀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소장되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공고히 했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전통을 넘어 감정을 그리는 예술가 © 김현수 기자

 

고선애 민화의 중심에는 고양이가 있다. 단순한 동물의 형상을 넘어, 고양이는 인간 감정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그녀는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라는 책의 표지 일러스트 작업을 통해 고양이를 존재의 자유로 연결 지었다. 고양이의 유연한 몸짓,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독립적인 태도는 ‘구긋의 권리’를 은유적으로 말해준다.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감정의 자유이며,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율성이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구겨진 감정에서 피어난 자유의 미학 © 김현수 기자

 

2024~2025년 고선애 작가는 <민화의 비상>, <청룡의 출현전>, <야옹야옹, 민화에 물들다> 등 굵직한 단체전에 연이어 참여했다. 이 전시들에서 그녀의 민화는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 주제의 조화를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낯익지만 새롭게 다가가는 시각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야옹야옹> 전에서는 고양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며 ‘구긋’을 주제로 한 작품세계를 구체화했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고양이와 함께한 존재의 여정 © 김현수 기자

 

‘구긋’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지만, 고선애 민화의 맥락 안에서 우리는 그것이 상징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는 곧 인간 내면의 주름진 감정, 억압된 감정의 해방, 그리고 감정 표현의 권리를 뜻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런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구겨지고 다시 펼쳐지는’ 이미지로 구현하며, 관람객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게 한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목한 현대 민화 작가 © 김현수 기자

 

이러한 철학은 단지 회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선애 민화는 감정과 자유, 존재의 층위를 아우르는 예술적 언어다. 작품의 구성과 색채, 도상의 배치까지 모두 구긋이라는 키워드에 수렴된다. ‘덜컹거리고 주름진 감정도 존재의 일부’라는 메시지는 그녀의 고양이 민화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코리안투데이] 고선애 민화, 구긋으로 다시 태어난 전통의 언어 © 김현수 기자

 

고선애 민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 감정을 직시하는 새로운 예술이다. 그녀는 민화를 과거의 예술로 국한하지 않고,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살아 있는 매체로 확장시킨다. 구긋의 권리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그녀의 민화는, 예술이 감정을 해방시키는 언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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