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을 뚫고 하늘을 향한 한 그루 소나무는 조명환 사진전 ‘한민족의 얼, 소나무’에서 가장 오래 시선을 붙잡은 작품이었다. 단순한 자연 사진이 아니라 한국인의 심성과 체질을 응축해 시각화한 존재처럼 다가왔다. 풍요로운 흙도, 넓은 들판도 아닌 갈라진 바위틈에서 선택한 그 자리는 생명의 조건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공간이었다. 누군가 마련해준 자리도 아니었고, 환경이 허락한 길도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버텨낸 자리였다는 사실이 이미 이 나무의 생을 말해주고 있었다.
![]() [코리안투데이] 조명환 사진전 ‘한민족의 얼, 소나무’ 와 대표작품 © 임승탁 기자 |
줄기는 심하게 비틀리고 휘어져 있다. 그러나 그 비틀림은 부러짐이 아니다. 꺾이지 않기 위해, 하늘을 보기 위해, 더 많은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생존의 전략이었다. 바위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한 번 눕고, 다시 일어서며 만들어낸 고유의 흐름은 한국인의 삶과 유사하다. 시대가 눌러도 다시 일어서고, 현실이 막아도 방향을 찾아내는 의지. 고단한 조건 속에서도 서려는 마음이 이 줄기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명환 사진작가는 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 나무를 만났으리라. 우연히 발견한 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버텨낸 생명의 기록을 마주한 셈이다. 그래서 사진 속에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세월의 결이 있고 자연의 결단이 있고 생명의 고집스러운 인내가 있다. 아래쪽 바위의 무거운 회색과 위쪽 하늘의 밝은 빛은 이 나무가 지나온 시간의 대비처럼 읽힌다. 고난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빛이 있는 자리까지 도달한 생의 구조가 선명하다.
이 소나무는 한국인의 집단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척박한 땅에 스스로의 뿌리를 내렸던 선조들, 전란과 가난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버텨온 역사,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다른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까지. 그 시간들을 이 나무는 조용히 품고 있다.
전시장을 나서도 이 소나무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바위 앞에서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위를 넘어 길을 연 존재다. 자연의 힘을 넘어서 시대를 관통해 이어져 온 한민족의 기질을 상징하는 듯한 그 생명력은 오래 남는다.
전시공간은 작았지만, 감동은 컸다. 조명환의 K-Mountain ‘한민족의 얼, 소나무’ 사진전에서 만난 이 소나무는 마지막에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가?”
[ 임승탁 칼럼니스트: geumsa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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