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할머니가 만들어준신 호박풀대
사돈댁에서 얻어온 늙은 호박 세 덩어리가 내게 가져다준 것은 단순한 식재료 그 이상이다. 그 호박을 보며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호박죽이 떠올랐다.
어릴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호박죽을 “호박풀대”라고 부르셨던 기억으로 나는 아직도 “호박풀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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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부엌 문지방에 턱을 괴고 앉아, 할머니가 낡은 놋숟가락으로 호박 껍질을 벗기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그 놋숟가락은 닳고 닳아 얇게 남아 있었지만, 할머니 손에 들려 있으면 마치 마법처럼 호박 껍질을 쉽게 벗겨냈다. 그 과정은 단순한 요리 이상의 무언가로 느껴졌고, 그 순간은 나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호박풀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어릴 적 꼬마였던 나는 호박풀대 한 그릇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내 나이도 60 중반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호박풀대를 좋아한다. 그 옛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는 어느 날 몸이 불편해지셨고, 그 후로 30년 넘게 누워 계셨다. 하지만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만들어주시던 그 호박죽의 따뜻한 맛이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고, 손끝에서 전해지던 정성이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지금도 식당에 가면 항상 호박풀대를 찾게 된다. 그 한 그릇의 호박풀대를 먹을 때마다 할머니의 손길이 떠오르고, 그 시절의 기억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제는 내가 그 전통을 이어가야 할 차례다. 할머니처럼 놋숟가락을 들고 호박 껍질을 벗기지는 못하지만, 그 정성과 사랑만큼은 이어가고 싶다. 호박을 밥솥에 넣고 찌면서 퍼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는 나를 다시금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비록 손맛은 다를지라도, 그 음식에 담긴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사랑을 전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할머니와 엄마가 차려주신 그 따뜻한 밥상은 오늘날 내가 음식을 준비할 때마다 나를 다시금 과거로 데려간다.
그들의 손맛을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만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이젠 나도 할머니와 엄마의 그 마음을 담아 음식을 준비하며 가족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