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이 한국 동시대미술의 대표 작가 이불(Lee Bul)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9월 4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리움미술관 블랙박스와 그라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불은 퍼포먼스, 설치, 조각, 평면을 넘나드는 실험적 작업을 통해 인간과 기술, 신체와 사회,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작업 세계를 총망라한다.
![]() [코리안투데이] 이불 개인전 1998년 이후 전시 포스터(사진=리움미술관) © 변아롱 기자 |
이불은 1980년대 후반부터 퍼포먼스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1990년대에는 기계와 신체를 결합한 사이보그 연작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불: 1998년 이후》는 작가의 대표작인 〈사이보그〉, 〈아나그램〉, 노래방 연작 등 초기작을 비롯해 2005년 이후 선보인 건축적 조각 설치 시리즈 〈몽그랑레시(Mon grand récit)〉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연작은 유토피아적 건축의 파편과 기념비적 조각을 결합해 인류 문명의 진보와 그 이면의 실패를 동시에 드러내며, 비평계와 국제 미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2010년대 이후 전개된 〈취약할 의향(Willing To Be Vulnerable)〉과 〈퍼듀(Perdu)〉 연작도 이번 전시에 포함된다. 거대한 비닐 구조물과 금속 조각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인간의 유한성과 기술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모더니티와 진보에 대한 집단적 욕망과 좌절을 알레고리적 풍경으로 표현한다. 드로잉과 모형 자료 역시 함께 공개되어 작가의 상상 과정과 창작의 내밀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개인과 집단의 기억, 사회문화적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복잡하게 얽힌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거대하고 예측 불가능한 조형 언어를 통해 관람객에게 상상적 여정을 제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술의 공존, 유토피아적 미래와 그 불가능성, 사회 권력 구조에 대한 탐구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이불이 지난 25년간 제기해온 문제의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과 홍콩 M+가 공동 기획했으며, 서울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 2026년 3월 홍콩 M+로 이어지고, 2027년 하반기까지 주요 해외 기관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는 이불의 예술 세계가 한국을 넘어 국제적 현대미술 담론 속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불은 이미 베니스비엔날레, 뉴욕 뉴뮤지엄,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등 세계적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번 리움 전시는 그 작업 궤적을 본격적으로 정리하는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불: 1998년 이후》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질문을 다시 묻는 장이다. 인류의 완전성을 향한 열망, 실패한 근대성의 잔해, 기술과 신체의 불완전한 결합을 통해 관람객은 우리 시대의 조건을 성찰하게 된다. 한국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불의 작품 세계가 세계 무대에서 다시 조명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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