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초록의 언어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2025년 5월 22일 개막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단순한 조경 행사를 넘어 도시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녹색 실험이다. 오는 10월 20일까지, 무려 152일 동안 서울 보라매공원에 펼쳐지는 이 박람회는 규모와 지속기간 모두에서 국내 정원축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코리안투데이]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열리고 있다.(사진=내손안에 서울) |
올해 박람회의 핵심 키워드는 ‘생명, 생태, 순환, 공존’이다. 이 방향성은 111개의 정원 작품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조경 작가들의 실험정원뿐 아니라 기업, 지자체, 시민이 함께 만든 작품정원과 동행정원까지. 특히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5개 작가정원은 독일, 체코, 이탈리아 등의 디자이너가 한국의 도시공간에 해석한 자연과 인공의 경계선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눈길을 끄는 건 조경을 삶으로 끌어온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다. ‘보라매 웨딩가든’에서는 정원 결혼식이, ‘가든 워케이션’ 공간에서는 일과 휴식이 동시에 가능하다. 포켓몬 캐릭터 메타몽과 협업한 ‘메타몽 가든’, 디올이 꾸민 테마정원 등은 브랜드와 자연의 감각적인 결합을 실험한다. 도심의 녹색 공간을 상업·문화 콘텐츠와 융합해 일상에 침투시키는 전략은 해외의 첼시 플라워쇼나 일본의 하마마츠 꽃 박람회와도 궤를 같이한다.
서울시는 이 박람회를 ‘열린 축제’로 정의한다. 장애물 없는 동선, 수어·영어 통역 서비스, 전동 휠체어 대여 등은 단순 편의의 차원이 아닌, 도시공간의 정의를 바꾸려는 선언에 가깝다. 정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원동행투어’는 매달 정기 운영되며, 혹서기인 7~8월에는 일정이 조정될 예정이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경제적 파급 효과다. 7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정원마켓’과 도농 직거래 장터, 지역 소상공인 연계 프로그램은 이 행사가 단순한 조경축제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이자 ‘녹색 도시산업 박람회’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동작구는 정원박람회 기간 동안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 ‘동작사랑상품권’을 특별 발행하며 상권 연계를 강화했다.
이번 박람회는 조경을 도시 미관의 보조 수단이 아닌,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문화 정체성을 구현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위기 대응, 녹색 전환, 생활 속 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정원을 도시의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도시와 자연, 시민이 공존하는 새로운 정원도시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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