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인더박스, 현대적 상상력으로 재해석된 사도세자의 비극

사도 인더박스, 현대적 상상력으로 재해석된 사도세자의 비극
✍️ 기자: 김현수

 

조선의 비극적 왕자, 사도세자가 2025년 현대극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극 〈사도 인더박스〉는 10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지구인 아트홀에서 공연되며, 역사를 넘어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기존 사극의 형식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가 유지현의 감각과 박동욱, 김재건, 고한욱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죽음의 기억을 상자에 가두고픈 왕자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몽환적으로 풀어낸다.

 

 [코리안투데이] 상자 속에 갇힌 기억, 사도세자의 내면을 무대에 펼치다     ©김현수 기자

 

사도세자의 상처를 감싸 안은 무대, 연극적 실험이 빛나다

 

〈사도 인더박스〉는 조선 영조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적 희생양이 된 사도세자의 생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상자(Box)’라는 오브제를 통해 기억과 트라우마, 억압과 자유를 시각화하며, 현대 연극의 미학을 결합한 실험적인 무대를 구현한다.

무대 위에 쏟아지는 크레용 낙서와 구름, 칼, 별 등의 그래픽은 어린아이의 시선과 과거로의 회귀라는 콘셉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비극을 감싸는 따뜻한 상상력의 장치를 제공한다.

 

극 중 사도는 더 이상 단지 비운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상자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잊혀진 시간과 마주하며, 죽음과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이 사도의 시선에서 시대와 권력, 가족, 상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창작극의 새로운 방향성 제시, 젊은 감성으로 재구성된 역사극

 

〈사도 인더박스〉는 역사극이 무겁고 전통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다. 배우들은 고전적인 사극 톤이 아닌, 일상적이면서도 감정이 살아있는 대사로 인물의 내면을 전달한다. 특히 박동욱의 절제된 연기와 김재건의 날카로운 감정 표현, 고한욱의 무대 장악력은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안긴다.

 

작품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상자 속 기억과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사도의 고통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유효하다. 잊고 싶은 기억, 숨기고 싶은 과거,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은유한 이 작품은 단순한 연극 그 이상의 울림을 준다.

 

〈사도 인더박스〉는 극의 메시지를 보다 뚜렷이 전달하기 위해 소극장 무대 특유의 밀도 있는 공간감을 최대한 활용한다. 조명, 사운드, 의상, 프로젝션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환상, 비극과 치유가 교차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관객에게 깊은 감정의 상자를 열게 만든다.

 

작품은 단순한 사극을 넘어, 기억과 존재, 상처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과 미학적 실험을 동시에 구현한 연극 〈사도 인더박스〉는 한국 창작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도전이자, 사도세자라는 인물에게 진정한 인간적인 조명을 비추는 귀중한 예술 작업이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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