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에서 책임 추궁이 이어진 데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변경하려는 소비자들이 폭증하면서 관세청 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2차 피해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사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안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책임 회피 논란이 정면으로 제기되면서다. 한국 법인을 대표해 현안 질의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일이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히며 사과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 책임자 김범석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라고 지적했고, 쿠팡이 이번 사안을 ‘노출’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대표가 결국 ‘개인정보 유출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소비자 불안은 더욱 커졌다.
![]() [코리안투데이] 박대준 쿠팡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CISO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국회 기자DB 제공 |
국회에서는 최대 1조 원대의 과징금까지 언급되며 쿠팡의 정보보안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증권 보고서에서 쿠팡이 “직원에 의한 내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 보안 취약점이 아니라 구조적 관리 부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대표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향후 보완 대책을 약속했지만, 이미 소비자 신뢰는 크게 흔들린 상황이다.
사건이 공개된 이후 시민 불안이 가장 크게 반영된 부분은 바로 개인통관고유부호 재발급 대란이다. 통관부호는 해외직구 시 개인정보 대신 사용하는 식별 번호로, 주소·전화번호·이름 등이 함께 유출되면 악용 가능성이 커진다. SNS에서는 “주문하지 않은 중국발 택배가 갑자기 집으로 도착했다”, “해외 사이트에서 내 이름으로 결제됐다는 알림이 왔다”는 글이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개인통관번호 재발급 건수는 약 42만 건으로 급증했고, 이는 올해 10개월치 수치를 단기간에 뛰어넘는 기록이다. 해지 건수 역시 평소 하루 10~20건이던 데서 수천~1만 건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용자 폭증에 관세청 ‘유니패스’ 홈페이지는 접속 지연과 502 오류가 반복됐고, 관세청은 “이용량 증가로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쿠팡 측은 “현재까지 통관부호 유출 정황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미 개인정보 일부가 유출된 상황에서 통관부호까지 도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해외직구 과정에서 타인의 통관부호가 악용될 경우 해당 개인이 모르는 사이에 세관 절차에 연루되거나 불법 물품 거래에 연관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통관부호의 연 1회 갱신 제도를 2026년부터 도입하고, 도용 의심 시 직권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또한 ‘국민비서 구삐’를 통해 해외직구 통관 알림을 제공하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보안 관리 부실이 시민 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쿠팡의 유출 인정과 국회의 질타, 관세청 시스템 마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연쇄적 위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보안 강화만큼이나 소비자 스스로의 안전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통관부호를 비롯한 주요 번호는 필요 시 재발급하고, 해외직구 알림 서비스를 설정하며, 의심스러운 택배는 즉시 신고하는 등 기본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소비자의 적극적인 정보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2차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점검될 필요성은 분명해졌다. 시민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임희석 기자: 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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