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누군가 알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나이 칠십에 받은 알밤은 그저 고마운 선물이 아니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았지요. 할머니께서 한껏 군밤을 구워주시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달큰한 밤 냄새가 익숙한 부엌 가득 퍼지면, 할머니의 잔잔한 미소와 손끝에 담긴 정성 어린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군밤을 손에 쥐고,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할머니 곁에 앉아 밤을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따끈한 밤의 달콤한 속살은 어린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나의 추억 속 알밤, 그리고 삶의 따뜻한 한 조각 © 이명애 기자 |
이제는 할머니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군밤을 구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군밤 맛을 다시 느낄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던지는 많은 의미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어느새 한해가 다가고, 밤은 때가 되어 떨어지지요. 그 과정에서 밤송이를 둘러싼 가시처럼 우리도 가끔씩 날카로운 아픔을 겪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속살은 달고 부드럽습니다. 군밤의 따스함은 마치 인생의 진한 맛처럼 느껴집니다.
![]() [코리안투데이] 나의 추억 속 알밤, 그리고 삶의 따뜻한 한 조각 © 이명애 기자 |
그 시절 할머니의 군밤처럼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을 자녀들, 손주들에게도 남겨주고 싶습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알밤을 베어 물며 할머니가 주신 그 사랑과 삶의 지혜가 저에게 남아 있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의 추억 속에 따뜻한 밤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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