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방향타를 전기차에서 인공지능(AI)으로 돌린 결정적 순간은 이미 2023년 초였다는 정황이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통해 드러났다. 전기차로 세계 1위에 오른 시점에서, 머스크는 “더 이룰 것이 없다”며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탈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테슬라의 내부 전략은 급변했다.
![]() [코리안투데이] 일론 머스크(사진=X) © 변아롱 기자 |
15일(현지시간)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초 테슬라 캘리포니아 사무소에서 고위 임원들을 소집해 중국산 전기차 대응을 위한 2만5000달러급 신차(일명 모델 2) 생산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 말미, 머스크는 돌연 모델 2 생산을 거부하고, 로보택시 중심의 미래를 선언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임원이 “반란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후 “테슬라는 더 이상 전기차 회사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로보택시·FSD(완전자율주행)·AI 로봇 등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심지어 전기차 사업 확대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며 모델 2 프로젝트 자체를 철회했고, 이에 반발한 고위 임원 3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 중 한 명인 로한 파텔 부사장은 “로보택시의 수익성과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우려를 제기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이러한 선택은 ‘실적’이 아닌 ‘영향력’을 우선하는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테슬라 모델 Y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되자 그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곧바로 트위터(현 X) 인수,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구축, 로봇 플랫폼 개발 등으로 관심을 돌렸다.
테슬라는 2024년 4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가 “우리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와 로봇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기업 정체성의 재편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테슬라의 AI 전략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많다.
테슬라 내부 분석에 따르면 로보택시 연간 판매 가능 대수는 100만 대 이하, 이는 웨이모 등 모든 경쟁사의 합산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내 테슬라 연간 판매량 63만 대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규제나 보험 등 변수 때문에 글로벌 확장도 불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중국산 저가 자율주행차보다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이런 우려를 모두 기각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테슬라 초창기 멤버인 진 베르디체프스키 실라 나노테크놀로지 CEO는 이를 두고 “머스크의 알고리즘은 항상 ‘다음에 더 큰 걸 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사이버트럭 개발 이후 전기차 관심을 완전히 끊은 듯 보이며, AI와 정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실제로 최근까지 미국 행정부의 조직 개편 자문 역할을 맡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테슬라 내부 집중력 부족과 브랜드 와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부사장은 “머스크는 정치에서 발을 빼고, 무너진 테슬라 브랜드 재건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