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후, 땅, 사람의 정성과 함께, 무엇보다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시간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포도의 수확 시기다. 같은 포도라도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품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 나아가, 어떤 품종이 언제 수확되는가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과 풍미도 결정된다.
![]() [코리안투데이] 조생종 vs 만생종, 수확 타이밍이 바꾸는 와인의 미래 © 김현수 기자 |
와인에서 많이 언급되는 두 가지 분류가 있다. ‘조생종(Early-ripening)’과 ‘만생종(Late-ripening)’ 품종이다. 조생종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익으며, 통상 100일 안팎에 수확한다. 반면 만생종은 120일 이상이 걸리는 품종으로, 더 오랜 시간 햇빛과 온기를 받아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메를로(Merlot)는 대표적인 조생종 품종으로, 100일 정도의 재배기간 후 수확한다. 메를로는 산도가 비교적 높고, 부드럽고 마시기 쉬운 와인을 만든다. 반면, 피노누아(Pinot Noir)는 만생종에 가까운 품종으로, 120일 이상 충분한 숙성을 거쳐야 타닌과 구조감이 뚜렷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수확 날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확 시기가 늦어질수록 당분은 응축되고 수분은 줄어들며, 결과적으로 더 진하고 깊은 풍미를 가진 와인이 완성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확을 늦추면 당분이 과도하게 농축되거나, 포도가 썩거나 벌레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와이너리에서는 ‘100일 와인 = 굿 와인(Good Wine)’, ‘120일 와인 = 그레이트 와인(Great Wine)’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품종이 가장 좋은 당도와 산도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시점이라는 뜻이다.
브릭스(Brix) 수치로 당도를 측정하여 100브릭스를 넘었을 때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기준은 품종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포도 품종의 선택과 수확 시기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고품질 와인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품종별 수확 시기와 당분 함량을 그래프로 시각화해, 독자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숫자 속에 숨은 와인의 진짜 맛을 함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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