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사람들은 빨리 죽어야 해”라는 말 앞에서 멈춰 선 마음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던 자리였습니다. 작은 제부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순간 공기가 싸해졌습니다. “늙은 사람들은 빨리 죽어야 해.” 익숙하면서도 참담한 문장이었습니다. 사실 이 말은 오늘 처음 들은 것이 아닙니다. 종종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노인은 짐이다’, ‘늙으면 쓸모가 없다’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 것을 들었습니다.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고, 오늘은 그 저릿함이 아픔으로 깊이 내려앉았습니다.

  [코리안투데이] 사진 © 박수진 기자

 

그들은 과연 부모님이 안 계신 걸까요? 아니면 부모 세대의 삶을 잊고 사는 것일까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너무 오래도록 풍요 속에 익숙해져 버려, ‘기억’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평온한 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분들, 바로 지금의 어르신들이 외세의 침략을 견디고 해방 후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지가난한 나라에서 태여나 배우지 못했지만, 가난의 아픔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손이 발이 되도록, 허리가 휘도록,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신 분들입니다. 독일의 탄광과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공장에서 피땀 흘리며 벌어들인 달러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따뜻한 방에서 밥을 먹고, 배울 수 있었으며,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길을 걷다 박스를 줍는 어르신을 보거나, 전철 노약자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요? 불편함이 아니라 존경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자주 ‘배운 것이 없고, 물려줄 재산도 없다’며 어르신들을 폄하하지만, 그분들은 우리에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근본을 가르쳐 주신 분들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듯, 자식도 부모 세대를 품고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품격입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는 결코 미래를 설계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고,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해도, 인간됨의 기본을 잃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가난한 존재가 됩니다.

 

오늘 제부의 말은 나에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지금 우리는 늙어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늙음을 공경하고, 노인을 돌보며, 기억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우리가 살아갈 ‘사람다운 세상’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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