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에서 경로당은 더 이상 단순한 휴식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일상을 보내고, 관계를 맺고, 건강과 여가를 함께 관리하는 생활 거점으로서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설의 노후화는 어르신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선택과 투자 방향은 곧 지역의 노인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천구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경로당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며 ‘경로당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신곡경로당 새단장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신월2동 신곡경로당, 신월3동 경복경로당, 목3동 한두경로당 등 노후 경로당 3곳을 전면 새단장하고 순차적으로 개소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신곡경로당은 12월 16일, 경복경로당은 12월 18일, 한두경로당은 12월 22일 각각 문을 연다. 개소식에는 이기재 양천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어르신과 주민, 주요 내빈이 참석해 새롭게 태어난 공간을 함께 축하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선 ‘구조 개선 중심의 재건축’이라는 점이다. 세 경로당 모두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구조를 전면 재정비했고, 1개 층 증축과 공간 재배치, 승강기 설치를 통해 안전성과 이동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고령의 이용자가 많은 시설 특성을 고려해 계단 이동 부담을 줄이고, 동선이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구성되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새롭게 조성된 경로당 내부는 어르신들의 생활 방식과 커뮤니티 활동을 반영해 층별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됐다. 1층에는 주방과 프로그램실을 겸한 ‘어울림방’을 배치해 공동 식사와 각종 여가·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도록 했고, 2층은 할머니방, 3층은 할아버지방으로 구성해 이용자의 선호와 생활 패턴을 고려했다. 이는 성별과 활동 유형에 따라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도, 필요 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구조다.
외관과 디자인 역시 기존 경로당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났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 디자인을 적용해 동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고, 각 경로당의 역사와 특색을 반영한 현판과 안내판을 설치해 공간의 정체성을 살렸다. 내부는 현대식 인테리어를 적용해 밝고 깔끔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색채와 마감재 선택에서도 안정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고려했다. 이는 ‘어르신 시설은 단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품격 있는 공공공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복지 요소도 새롭게 도입된다. 세 경로당에는 스마트경로당 시스템이 구축돼 화상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노래교실, 체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IoT 기반 안면인식 장치를 활용한 혈압·체성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어르신들이 일상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여가 공간을 넘어 건강 관리와 디지털 서비스가 결합된 생활 밀착형 복지 공간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번 3곳의 재개소는 양천구가 추진 중인 노후 경로당 정비 사업의 일부다. 구는 2022년부터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경로당 13개소를 대상으로 증·개축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신월1동 월성경로당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당곡(신월2동), 금실(신월7동), 양목(신정4동), 나말(목3동), 청솔(신정4동) 경로당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까지 총 9개소의 노후 경로당이 새롭게 정비된다.
이 같은 투자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도 맞닿아 있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 공간이자, 고립을 예방하는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한다.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은 이용 빈도를 높이고, 이는 곧 신체 활동 증가와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승강기 설치와 공간 재배치는 고령자와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의 접근성을 높여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만드는 데 의미가 크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새단장을 통해 어르신들이 더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사회활동 중심지이자 일상의 중요한 공간인 만큼, 앞으로도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의 품격은 그곳에 사는 노년의 삶에서 드러난다. 양천구의 노후 경로당 재정비는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도시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쉼의 공간을 넘어 삶의 중심으로 거듭난 경로당이 지역 공동체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그 후속 효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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