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이다통장을 열었다가 바로 닫는 순간이 있다. 숫자가 무섭게 큰 것도 아닌데, 괜히 더 보기가 싫어진다. 잔액이 줄어 있어서라기보다,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을 때다. 확인하는 순간 생각해야 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것 같아서, 손이 먼저 멈춘다. 뉴스 알림이 울릴 때도 비슷하다. 금리, 환율, 부동산, 주식 같은 단어가 제목에 걸려 있으면 내용을 끝까지 읽지 않는다. 읽고 나면 뭔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화면을 넘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문제다. 왜 이런 순간이 반복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안이 생기는 지점은 늘 비슷하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상황은 다 다른데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소득이 늘었을 때도, 줄었을 때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산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덜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변수가 생기면 확인 횟수가 늘어난다. 통장을 더 자주 보고, 뉴스를 더 자주 검색하고, 남의 선택을 더 많이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생각은 많아지는데, 결정은 오히려 느려진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문제로 규정한다. 없애야 할 감정, 극복해야 할 상태, 지나가야 할 과정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없애려 할수록 커지는 감정
불안을 없애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기준은 하나로 수렴된다. ‘확실한 선택’, ‘정답 같은 결정’. 그런 게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전제가 생긴다. 그래서 더 많이 찾는다. 전문가 의견, 성공 사례, 수익률 높은 방법. 정보는 쌓이는데,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진다. 이게 항상 맞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반복해서 보게 되는 장면은 있다. 불안을 제거 대상으로 삼은 순간, 판단은 더 경직된다.
현장에서 자주 멈추는 순간
예전에 그런 경우가 있었다. 계획 자체는 꽤 잘 정리되어 있었고, 숫자도 무리하지 않았다. 처음 몇 달은 착실하게 이어졌다. 문제는 중간이었다. 환경이 조금 바뀌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하나 끼어들자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때 나왔던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틀려서 멈춘 게 아니었다. 불안해졌고, 그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멈췄다. 설명은 있었지만, 기준은 없었다.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
많은 사람이 돈 문제를 관리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더 꼼꼼하게, 더 철저하게, 더 열심히 관리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리라는 말에는 전제가 숨어 있다.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다. 현실의 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이 끼어들고, 관계가 영향을 주고, 시기가 판단을 흔든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불안은 계획이 실패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어떻게 없앨까’가 아니라, ‘어떻게 다룰까’ 쪽으로 이동한다.
다룬다는 말의 의미
다룬다는 건 통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느껴지지 않게 만든다는 말도 아니다.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그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불안한 상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기준.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 그게 없으면 사람은 결국 멈춘다. 이 지점에서 많은 계획이 중단된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기준이 없어서다.
끝내 남는 질문
불안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과연 가능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불안을 느끼는 자신을 전제로 하지 않은 계획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건 여러 번 확인된 사실에 가깝다. 지금 불안하다면, 그 감정부터 없애려 애쓸 필요는 없다. 대신 그 불안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어떤 기준이 빠져 있는지를 잠시 바라볼 수는 있다. 답은 거기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룰 수 있는 상태란 어떤 모습일까.
[ 현승민 기자: ulsangangnam@thekoreantoday.com https://wiago.link/rickym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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