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위치한 천년고찰 신안사(身安寺)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금산 신안사 칠층석탑이 충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다. 고요한 산중에서 오랜 세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해온 이 석탑은 조선시대 석탑 건립의 전통을 이어가는 드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안 투데이] 금산 신안사 모습(사진 출처: 금산 군청 홈페이지) © 임승탁 기자 |
신안사는 신라 진평왕 5년(583년) 무염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오랜 역사와 함께 금산지역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첩첩산중의 아늑한 터에 자리한 이 절은 ‘몸 신(身)’, ‘편안할 안(安)’의 뜻 그대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과 안식을 선사한다. 경순왕이 이곳에 머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그 편안함은 지금까지도 신안사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칠층석탑: 조선시대 불교미술의 결정체
신안사의 칠층석탑은 고즈넉한 사찰 경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탑의 기단석에는 연판문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옥개석 등에서도 조선시대 석탑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비록 부분적으로 고려 석탑의 전통적 양식이 혼재되어 있으나, 이는 조선시대 석탑 건축의 계승과 변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코리안 투데이] 신안사 칠층석탑(사진 제공: 금산 관광문화체육과) © 임승탁 기자 |
탑은 신안사의 중심 금당인 극락전과 일직선상에 자리하며, 전형적인 ‘당탑가람(堂塔伽藍)’ 배치를 보여준다. 이는 당시 불교사찰 건축의 미적·실용적 배경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 석탑은 조선시대 석탑이 드문 충남지역에서 그 가치를 더욱 빛낸다”며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안사의 역사와 함께한 천년의 시간
신안사 자체는 단순히 종교적 공간을 넘어 역사와 예술, 철학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400년 수령의 벚나무가 나그네를 맞이하고,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와 돌계단이 평온한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사찰의 중심부에 자리한 극락전과 대광전은 조선 후기 다포계양식으로 지어진 대표적 전각으로,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맞배지붕이 특징이다. 극락전의 양옆 벽면에 그려진 불화 *심우도(尋牛圖)*는 불교의 선적 깨달음과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신안사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사색과 위안을 선사한다.
지역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의 의의
금산군은 신안사 칠층석탑을 포함해 지역 내 비지정 국가유산의 발굴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금산 영천암 무량수각이 충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번 칠층석탑 지정 역시 지역 문화유산 보호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신안사의 칠층석탑은 금산지역의 불교미술사와 건축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며 “앞으로도 지역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을 넘어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천년의 세월을 지나온 신안사와 그 중심을 지켜온 칠층석탑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산군의 지속적인 노력 속에서 이 고귀한 유산은 더욱 빛을 발하며,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편안함과 위안을 전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