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퀴어영화제 논란…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오는 7월 4일부터 이틀간,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가 열린다. 주최 측은 대관 취소에도 불구하고, 강의실과 소극장을 활용한 자체 개최를 통해 영화제 진행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영화제 제목은 ‘불허를 넘어서’. 이는 학교 측의 공간 허가 취소를 반대하며 내세운 선언적인 구호다.

 

 [코리안투데이] 이화여대 퀴어영화제 대관 이슈 모습 © SNS 자료

 

행사는 성소수자(LGBTQ+)의 존재를 알리고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퀴어 관련 장편 및 단편영화 상영, 관련 강연, 간담회 등이 예정되어 있으며, 일부 행사는 학생 자치공간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프로그램 구성에 있지 않다. 이화여대는 1886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에 의해 설립된, 기독교 정신을 교육 기반으로 삼은 대한민국 대표 여성 대학이다.

 

이러한 학교의 정체성과 설립 이념을 고려할 때, 성적 정체성과 성 윤리를 둘러싼 문화행사를 교내에서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이화 동문과 시민단체는 “이화가 동성애를 제도화하거나 지지하는 플랫폼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화의 신앙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화인 일동’은 교내 게시판을 통해 공식 반대 입장을 게시했고,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총학생회를 향한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직접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있으나, 대관을 취소한 교내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는 “기독교 이념에 반하는 행사”라는 이유로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제를 기획한 학생 연합체는 “대학 공간은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담아야 할 공적 장소”라며 학교의 소극적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이화여대는 139년간 한국 여성 교육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대학이 창조 질서나 성윤리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학생사회와 설립정신 간의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동성애자를 혐오하지 않지만, 동성애를 죄라고 말할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이화 동문 목회자는 “진리와 자유가 충돌할 때, 기독교 대학은 반드시 진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영화제 개최를 우려했다.

 

이번 퀴어영화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 그 이상으로,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과 자유의 경계를 묻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그 오랜 전통 위에 지금 어떤 가치를 다시 세우고 있는가. 진리 없이 외치는 포용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그 질문이 캠퍼스에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 최도선 칼럼스트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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