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근본은 군주의 마음속에 있다.”
![]() [코리안투데이] AI 이미지 © 임승탁 기자 |
퇴계 이황은 조선의 정치 철학을 도덕 위에 세우려 했던 사람이다. 그에게 정치란 제도보다 마음, 법보다 수양의 문제였다. 군주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다면, 그가 다스리는 백성의 삶 또한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고 그는 믿었다.
그는 경(敬)이라는 한 글자에 지도자의 핵심 덕목을 담았다. 경은 단정한 마음이고, 주의 깊은 태도이며, 자기 절제의 미덕이다. 퇴계는 이를 글로 가르치지 않았다. 자신의 삶으로 실천했다.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제자의 손을 잡고 산길을 걸으며, 침묵 속에서 가르쳤다. 정치는 눈에 보이는 권력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인격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여겼다.
퇴계는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평생 140차례 벼슬이 주어졌지만 사직상소를 올리고 나아가지 않은 것이 79차례, 나아간 61차례마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물러나는 일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이들은 왜 권력을 원하는가. 퇴계라면 그 물음부터 스스로에게 던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는 가족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다. 자기 증손녀의 생명이 걸린 일을 앞에 두고도 여종과 그 아이를 챙긴 퇴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할 수 있는가. 가까운 이들을 먼저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백성을 다스릴 수는 없다.
퇴계는 말이 아닌 침묵으로, 지시가 아닌 태도로 사람을 이끌었다. 정치란 무엇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먼저 바뀌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스럽다면, 그 혼란의 근원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품격일지도 모른다.
국민은 지금, 퇴계처럼 자기 자신을 먼저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겸손하되 단호하고, 말보다 삶으로 증명하는 그런 사람을.
[ 임승탁 칼럼니스트: geumsa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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