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거리 한복판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근로복지공단이 준비한 ‘푸른씨앗 거리 캠페인’이다. 이름만 들어선 감이 잘 오지 않는 이 씨앗은 사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 제도다. 꽃 화분과 씨앗 키트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친숙하게 접근한 이날 행사에는 고용노동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한국공인노무사회 등도 함께해 제도의 공신력을 더했다.
‘푸른씨앗’은 2022년 9월 도입된 공적 퇴직연금제도다.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이 가입할 수 있고, 자산은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운용한다. 눈에 띄는 건 수익률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6.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여기에 가입 후 3년간 수수료 면제,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이 더해져 ‘가성비’ 좋은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이렇다. 월급 250만 원을 받는 근로자에게 사업주는 같은 금액을 퇴직연금으로 납부한다. 그중 10%인 25만 원은 국가가 다시 사업주에게 돌려준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통장에 총 275만 원이 적립되는 셈이다. 단순히 노후를 위한 저축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노후’로서의 의미가 담긴다.
![]()
[코리안투데이] 퇴직연금제도 가입 보도자료 © 송현주 기자 (사진 출처: 보도자료) |
초기엔 2,443개 사업장, 9,650명의 가입자로 시작한 푸른씨앗은 2년 만에 27,383개소, 123,542명으로 급증했다. 기금 규모는 1조 3천억 원을 넘어섰다.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제도로 성장 중인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IT 직장인은 “가입하면 수수료도 없고 지원금도 나오는 줄 몰랐다”며 “대표님께도 말씀드려 꼭 도입하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직 현장의 인식은 제도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공단의 노력이 ‘거리 캠페인’이란 방식으로 드러난 셈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푸른씨앗이 매년 6%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알려져 퇴직연금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노후소득 격차 완화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제도의 필요성과 혜택을 체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복권기금의 공익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제도인 만큼, 푸른씨앗은 단순한 연금이 아닌 사회적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입을 원하는 사업장이나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1661-0075)나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이제 노후 준비는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중소기업도, 저소득 근로자도, 푸른씨앗 하나면 든든한 노후를 꿈꿀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씨앗을 심을 시간이다.
[ 송현주 기자: mapo@thekoreantoday.com ]
기사 삽입용 이미지 생성: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