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디지털 자아도 ‘패키지’로 만든다… ‘피규어 프롬프트’ 열풍

생성형 AI가 사람들의 ‘자기 표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챗GPT의 네이티브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출시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자신을 액션 피규어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밈(meme)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직접 만들어 본 액션 피규어 이미지 © 변아롱 기자

11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링크드인을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SNS에서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피규어 이미지로 재창조하는 챌린지가 확산 중이다. 단순한 아바타 생성이나 필터 효과를 넘어, 인물의 특징과 설정, 소품, 패키지 문구까지 세세하게 프롬프트로 설정 가능한 이미지 생성 방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유행은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통합된 직후 등장했다.

일부 얼리어답터들이 자신을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들어 있는 피규어’처럼 만들어내며 주목을 끌었지만, 당시에는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붐에 가려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SNS 알고리즘을 타고 ‘나만의 액션 피규어 만들기’ 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들은 챗GPT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한 뒤, “디자이너 버전”, “게임 캐릭터 버전”, “바비 스타일”, “갤럭시 소지자” 등의 프롬프트를 함께 입력해 개성 있는 피규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포장된 인형처럼 보이도록 상자 디자인, 배경 텍스처, 소품 구성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생성 AI와 차별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이미지 장난을 넘어서, 디지털 자아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전시하는 하나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유명 브랜드도 빠르게 이 유행에 반응했다. 화장품 브랜드 맥(M·A·C)과 닉스(NYX)는 최근 챗GPT를 활용한 피규어 스타일 이미지를 공식 SNS에 게시했고,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활용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SNS 상에는 호나우두,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인의 ‘피규어 버전 이미지’도 사용자들에 의해 생성돼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밈의 급속한 확산이 생성형 AI의 사용자 친화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소셜 미디어 분석기관 이마케터의 재스민 엔버그 수석 애널리스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생성 AI는 이제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트렌드를 창조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새로운 밈이 더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모되면서, 유행의 생명 주기 역시 짧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챗GPT가 만들어낸 피규어 밈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것을 넘어서, AI 시대의 정체성 표현 방식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이 대표적 자기표현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아를 창작하고 패키징하는 시대에 진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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