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탁 칼럼] ‘판단’의 권리를 박탈당한 유권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에 대한 중대한 사법적 판단이 선거 이후로 연기되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핵심은 유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정치보다 앞서야 할 진실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선거는 국민이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투표는 단지 정책의 선호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진정성, 책임감, 도덕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재판 결과는 후보자에 대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보류되었고, 유권자는 반쪽짜리 정보만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사례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사법 절차는 정치적 일정에 맞춰 조정되고, 그에 따라 유권자의 판단은 미뤄지고 왜곡되어왔다. 이처럼 법과 정치가 얽히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늘 국민이다. 공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반복해서 잃는 국민.

 

정의는 타이밍이다.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니다. 선거가 끝난 후 밝혀지는 진실은 유권자에게 의미가 없다. 판단은 그 전에 주어져야 하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코리안투데이] 눈을 가린 채 투표하는 유권자 © 임승탁 기자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눈을 가린 채 투표해야 하는가. 정치와 사법이 유권자의 판단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보다 재판이 늦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진실 이후의 선택’을 원하고,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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