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8] 음양의 균형과 계절별 식단

 

봄에는 나물이 자라고, 여름에는 과일이 풍성하며, 가을엔 뿌리채소가 깊은 맛을 더하고, 겨울엔 곡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렇듯 자연은 철마다 다른 음식을 내어주며, 그 안에 우리 몸을 조화롭게 유지할 힌트를 숨겨놓았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이 자연의 흐름을 ‘음양의 리듬’으로 본다. 계절은 단지 날씨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식생활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코리안투데이] 양성 음식과 음성음식의 특징과 분포 © 한국마크로비오틱협회 제공

 

마크로비오틱의 기본 원리는 ‘자연과의 조화’다. 그 조화는 단순히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계절에 어떤 성질의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몸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 균형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음양’이다.

 

음의 성질을 지닌 음식은 주로 시원하고 부드럽다. 여름철 수박, 오이, 토마토 같은 수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이 대표적이다. 반면 양의 성질을 지닌 음식은 따뜻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겨울철에 먹는 조리된 뿌리채소나 통곡물, 된장국 같은 음식은 양의 에너지를 더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면 몸의 에너지 균형이 흐트러져 피로하거나 면역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마크로비오틱은 계절별 음양의 원리에 맞춰 식단을 조절하도록 권한다.

 

봄은 해독의 계절이다. 겨우내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간 기능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이때는 씁쓸한 나물, 숙주, 미나리, 봄동 같은 채소가 적합하다. 모두 간을 돕고 순환을 촉진하는 ‘약간의 음적 성질’을 지녔다.

여름은 에너지가 외부로 분출되는 계절. 몸속 열을 식히는 것이 중요하므로 수분이 많은 채소와 생채소 섭취를 늘린다. 너무 차가운 음식은 오히려 소화에 부담을 주므로, 마늘이나 생강처럼 양적 성질의 조미료로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

가을은 수렴과 저장의 시기다. 뿌리채소, 호박, 현미죽, 조림류 등 따뜻하고 단단한 음식이 어울린다. 이 시기의 식사는 면역을 강화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에너지를 비축한다.

겨울은 내부의 에너지를 지키는 계절. 생식보다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이 필요하다. 된장찌개, 통보리밥, 우엉조림처럼 진한 맛의 음식은 장과 신장을 보호하고, 몸속 깊은 곳을 데워준다. 이처럼 계절마다 음양의 리듬을 고려해 식단을 구성하면,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삶에 가까워진다.

 

마크로비오틱은 특정 식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도록 이끈다. 날씨가 변할 때 감기 기운이 잦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곤함이 몰려온다면, 식탁의 균형을 점검해볼 시기다. 음양의 조화를 반영한 식사는 단순히 ‘잘 먹기’가 아니라, ‘올바로 느끼고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식탁을 바꾸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식재료 중 오늘의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한 끼 한 끼가 계절과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몸도 서서히 자연에 순응하며 회복의 길로 접어든다.

 

 

   [최도선 칼럼리스트 : 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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