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중동 지역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오픈AI와의 정면 대결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오픈AI 중심으로 추진되는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가 배제되자, 머스크는 외교와 정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프로젝트 저지에 나섰고, 그 여파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확장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일론 머스크(출처=일론 머스크 X계정) © 변아롱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월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UAE 국영 AI 기업 G42와의 통화에서 “xAI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 일정 중 발표된 오픈AI 중심의 데이터센터 계획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G42는 현재 오픈AI,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소프트뱅크 등과 협력하여 UAE에 ‘스타게이트’ 등 차세대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UAE 내 AI 생태계를 급격히 확장시키는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xAI가 이 대열에서 제외되면서, 머스크는 백악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백악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는 특정 기업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조건을 문제 삼으며, AI 산업 전체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요구했다. 그의 입장은 일견 산업 전반의 균형을 고려한 듯 보였지만, 실상은 xAI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또한 트럼프의 걸프 3개국 순방 일정 직전,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가 동행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으며, 즉각 자신도 중동 동행 의사를 밝힌 뒤 사우디 일정에 트럼프와 함께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UAE 내 영향력 확대에는 실패했지만, 사우디에서는 전세를 어느 정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같은 날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영 AI 기업 ‘휴메인’이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 중이라 밝혔으며, 여기에는 오픈AI와 함께 xAI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휴메인은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해 세계 최대급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는 xAI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머스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로 작용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번 사안에서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정치적 전략, 외교적 개입까지 시도하며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xAI는 창립 초기부터 테슬라와 트위터를 결합한 데이터 기반 AI 모델을 개발 중이며, 이미 ‘Grok’ 등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전 세계 주요 인프라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확장을 추진 중이며, UAE 외에도 일본, 유럽, 한국 등에 맞춤형 GPT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은 AI 산업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 사이의 주도권 싸움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 도구를 넘어서 외교·국방·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시점에서, 머스크의 이번 행동은 단순한 CEO의 ‘심기 불편’으로 치부되기 어렵다. AI의 글로벌 거버넌스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거대한 갈등의 신호탄일 수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영향력을 중동 전역에 확대하고 있으며, 오픈AI와의 경쟁은 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자산을 총동원하는 다층적 경쟁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 사우디와 UAE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AI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중·유럽 간, 그리고 미국 내부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복잡하고 전략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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