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읽다

‘산티아고 순례길’ 읽다

▲ 송면규 컬럼     ©

 

추석 연휴, 교보문고에서 “고요한 희열, 산티아고 순례길(저자 김옥분)”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어 구입하자마자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단숨에 읽어 내렸다.

실은 다른 책을 보려고 교보문고에 왔는데, 엉뚱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덥석 잡은 자신이 조금 우스웠지만 나름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해서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긍심으로 33년을 도서관에서 책과 살다가 도서관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 했다.

퇴직 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길이 끊어지지 않는 한 거리낄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길 위의 사람은 누구나 자유인이다” 외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것 같다.

프랑스 ‘생장’을 출발해서 걷고 또 걸으면서 34일 만에 마침내 성 야고보가 묻혀 있다고 하는 별빛 들판,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은퇴한 안방마님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기쁨을 찾는 기쁨으로 일상을 채우고 싶다”라고.

이를 위해 새로운 나의 역할을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결코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멋지고 당찬 포부에 응원 박수 보내드린다.

작가의 “걷기 1일차부터 걷기 34일차 까지”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함께 순례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두 마음이 한 몸이 되어 여행한다는 식의 섬세한 표현 같은 문구는 훔쳐 사용하고 싶다.

순례길을 최초로 개척한 사람은 야고보 무덤 위에 성당을 지은 알폰소 3세이고, 10세기 순례길은 알폰소 3세의 둘째 아들인 오르도뇨 2세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1189년에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산티아고를 성지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산티아고의 축일(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성스러운 해에 이곳까지 순례하는 사람은 죄를 모두 없애주겠다고 선포했다. 소문을 들은 수많은 사람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로 향했다고 한다.

어쩌면 죄의 사함과 동시에 이베리아 반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야고보를 경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프랑스 길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길이 정비되고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성당과 수도원이 생겨났다.

하지만 순례자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20세기 중반에는 소수의 순례자만이 길 위에 섰다. 다시 늘어나게 된 계기는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산티아고 방문과 1993년 프랑스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산티아고 길을 걷기 위해 비상식량, 간식, 응급 약품 등 준비물을 철저히 챙기고 배낭에 태극기 엠블럼까지 꿰매 붙인 작가의 도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마음을 비우니 마음이 채워졌다”라고 하면서,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지친 영혼을 살아 숨쉬게 하는 생명의 길이다” 표현하고 있다. 정말 맞는 걸까?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오래전 총선에서 낙선하고 산티아고 길을 걷고 왔다면서 부루 튼 발을 보여줬던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 해서, 자신을 재점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한번 도전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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