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한강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매서운 강바람 위로 불빛이 켜지고, 크리스마스 감성과 봄을 닮은 공간, 전통 놀이와 현대적 축제가 겹쳐지며 한강은 겨울에도 가장 ‘설레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2025 한강겨울축제’가 12월 19일 개막하며, 한강은 다시 한 번 사계절 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 [코리안투데이] 크리스마스 마켓, 한강 페스티벌 홍보 포스터(사진=내손안에서울) © 변아롱 기자 |
이번 한강겨울축제는 단일 행사가 아닌, 크리스마스 마켓·체험형 전시·야외 축제·전통 놀이까지 아우르는 겨울 종합 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뚝섬한강공원과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겨울철 야외 활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한강을 서울 대표 겨울 관광 콘텐츠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2025 로맨틱 한강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뚝섬한강공원 자벌레와 청담대교 하부 일원에서 열리는 이 마켓은 ‘즐거움 가득한 놀이터’를 콘셉트로 기획됐다. 크리스마스 소품과 핸드메이드 상품을 판매하는 40여 개 상점이 참여하는 마켓존, 겨울철 따뜻한 음식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푸드존, 그리고 대형 트리와 빛 조형물이 어우러진 포토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마켓존은 뚝섬한강공원 자벌레 1층 실내 공간을 활용해 추위 부담을 줄였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소품 상점과 함께 서울시 대표 직거래 장터인 ‘서로장터’가 운영돼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상생의 의미도 담았다. 푸드존은 청담대교 하부에 조성돼 총 16대의 푸드트럭과 스페셜 셀러가 참여하며, 실내 취식존을 함께 마련해 체류형 공간으로 기능한다.
포토존은 이번 마켓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청담대교 교각 아래에는 루미나리에와 쿠키하우스를 배경으로 7개의 트리가 숲처럼 배치된 ‘로맨틱 포레스트’가 조성된다. 뚝섬 자벌레 실내에는 ‘크리스마스 파노라마’, ‘로맨틱 라운지’ 등 총 4개의 테마 포토존이 설치돼 낮과 밤 모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SNS 확산을 유도하는 한강겨울축제의 대표 이미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풍성하다. 뚝섬 자벌레 실내 체험존에서는 도자기 오너먼트, 키링 만들기 등 총 10종의 체험 프로그램이 7일간 30회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공식 인스타그램(@hangang.christmas)을 통해 사전 안내되며, 재료비에 따라 유료로 진행된다. 12월 19일과 24·25일에는 어린이 합창단 ‘브릴란떼’ 등이 참여하는 특별공연이 열리고, 행사 기간 동안 서울 거리공연 예술가들의 소규모 공연도 총 19회 이어진다.
뚝섬이 크리스마스 감성으로 채워진다면, 반포한강공원에서는 계절을 뛰어넘는 감성 공간 ‘봄ON한강’이 운영된다. 1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세빛섬 앞 둔치에 조성되는 이 공간은 ‘한겨울에 먼저 찾아온 이른 봄’을 콘셉트로 한 체험형 전시다. 봄꽃 돔, 포토 돔, 쉼터 돔 등 총 3종의 돔 공간으로 구성되며,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름 15m 규모의 ‘봄꽃 돔’은 이번 공간의 중심이다. 대형 데이지꽃, 등나무꽃 터널, 벚꽃 연출을 통해 겨울 속에서 봄의 설렘을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테마의 포토 돔, 캠핑 분위기의 쉼터 돔에서는 겨울 간식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다. 곡물 손난로 만들기, 액막이 명태 만들기, 타로카드 체험, 꽃눈 타임 등 참여형 이벤트도 운영돼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린다.
이와 함께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는 ‘한강바람축제’가 세빛섬 앞 수변무대에서 열린다. 겨울철 민속놀이인 연날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축제에서는 길이 30m의 대형 고래 연, 산타 연, 스턴트 연 시범 비행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제공된다. 전통과 현대, 놀이와 공연이 결합된 이 프로그램은 한강겨울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전문가들은 한강겨울축제가 단순한 계절 이벤트를 넘어 서울의 도시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여름에 집중됐던 한강 이용을 겨울까지 확장함으로써 도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관광 비수기였던 겨울철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실내와 야외, 무료와 유료 콘텐츠를 균형 있게 배치한 점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구조로 작동한다.
시민 반응 역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멀리 가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축제”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축제를 통해 특별한 장소로 전환되는 경험 자체가 이번 겨울축제의 핵심 가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5 한강겨울축제는 겨울을 견디는 행사가 아니라, 겨울을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축제다. 불빛과 바람, 먹거리와 체험, 전통과 감성이 겹쳐진 한강의 겨울은 더 이상 비어 있는 계절이 아니다. 서울의 겨울 밤, 가장 설레는 장소로 한강이 다시 선택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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