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우려와 반대에도 대성공

BTS 진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우려와 반대에도 대성공

 

“당신 미쳤어? 루브르 구간에 첫 주자를 외국 가수에게 맡긴다고? 프랑스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거야? 마리 뒤부아, 생각해 봐. 다른 성화봉송 주자들은 모두 프랑스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인물들이라고. 축구 선수, 올림픽 챔피언, 파리 오페라 스타 등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스타들만 뽑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최대 국경일에 우리나라의 랜드마크에서 성화 봉송 주자를 외국 아이돌을 불러와 세우자는 거야.”

 

 [코리안투데이] 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사진 : 뉴스1 제공) 박찬두 기자

 

동료의 날카로운 지적에 파리올림픽 홍보팀 소속 마리 뒤부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의 자존심은 오히려 더 빛날 거예요. 세계적 스타가 프랑스의 상징 앞에서 성화를 들 때 그 장면 자체가 프랑스 문화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거죠.”

 

긴 토론 끝에 겨우 승인을 받아 냈다. 소식이 새어 나가자마자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파리올림픽 케이팝에 넘어가다”

“루브르가 BTS의 뮤직비디오 세트장인가”

 

뉴스 헤드라인들을 보면서 마리 뒤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도 평소 친분이 있던 프랑스의 최고 주간지는 부정적인 보도를 안 해줘서 위안이 좀 되었다.

 

물론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들은 좀 다른 반응이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며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는 게 느껴졌다

 

 “여러분 우리가 해낼 수 있어요. 이번 성화봉송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프랑스의 문화 예술을 알리고 동시에 열린 자세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시다.”

 

2024 올림픽 조직위원회 홍보팀에서 처음 조직의 일을 맡을 때만 해도 정말 영광이고 기쁘다고 생각했는데, 전 세계의 이목이 파리올림픽을 개막하는 8월 15일에 쏠린 지금 솔직히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스트레스 때문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고 올림픽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인상부터 찌푸리는 걸 볼 수 있고, 물가 상승으로 시민들의 삶이 빡빡해진 상황에서 올림픽은 그저 사치로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국민의 68%가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 1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올림픽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코리안투데이] 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박찬두 기자

 

조직위원장 호출을 받고는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이대로 가다간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거라는 말에 마리 뒤부아는 그만 눈물이 났다. 그날 밤 잠도 못 자고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다음 날 아침 긴급회의에서 그 아이디어를 꺼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케이팝 스타를 성화 봉송 주자로 초청하는 건 어떨까요? 특히 BTS 진이 좋을 것 같아요.”

 

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말도 안 돼! 이건 프랑스 올림픽이라고!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가? 지금 말한 날짜가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건 알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마리 뒤부아는 포기할 수 없었다.

 

“잠깐만요. BTS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이에요. 그들의 팬들은 열정적이고, 그들로 인해 올림픽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거예요. 게다가 이건 문화교류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긴급회의가 열렸고,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찬성 측은 BTS의 열성 팬을 활용해 올림픽에 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프랑스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마리 뒤부아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상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자고 했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 뭐라도 해 보는 게 필요하니까. 좋아, 마리. 그럼 직접 분위기를 알아봐. 언론사 관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들어보고 다시 논의하자고.”

 

그렇게 해서 주요 언론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케이팝 스타를 성화봉송 주자로 데려온다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걸 크게 다루지 않을 거예요. BTS만 주목받으면 이게 서울올림픽인지, 파리올림픽인지 분간이 안 갈 텐데요.”

 

거의 모든 언론사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좌절감에 빠져 사무실로 들어와서 앉아 있는데 줄리앙이 불렀다.

 

“정말 케이팝 스타를 세우면 여론이 조금이라도 좋아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파리올림픽에 관한 관심이 확 바뀔 거예요. 그들은 전 세계에 팬들이 있고, 그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니까요. 그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꼭 프랑스인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좋겠어요.”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한국 측과 연결해서 말이라도 해 봐. 후원사를 통해 할 텐데 우리가 추진해도 그쪽이 거절하면 별수 없잖아. 한번 한국과 연결해 보고 논의해보자구.”

 

 

 [코리안투데이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박찬두 기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후원사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후원사에서 먼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BTS의 소속사에 떨리는 마음으로 연락을 취했다.

 

소속사 측에서는 처음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참여 의미와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성화봉송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료를 보내고, 조마조마하며 한국 쪽에 연락을 기다렸다. 그리고 결과는 성화 봉송 주자를 수락한다는 메시지였다. 너무나 기뻤다.

 

“이번 참여가 단순한 홍보가 아닌 진정한 문화교류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문화 예술을 양국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메시지에 힘이 절로 나는 듯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성화봉송 날짜가 다가올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다. BTS 진의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리올림픽에 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SNS 언급량도 많아지고 후원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성화봉송 당일에도 비협조적인 어떤 언론사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우리는 최소한으로만 보도할 겁니다. BTS 진에게만 관심이 쏠리면 이게 서울올림픽인지, 파리올림픽인지 분간이 안 갈 테니까요. 프랑스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할 거 아닙니까?”

 

한 유명 방송사 기자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행사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했다.

 

행사가 있는 날 아주 이른 시간부터 루브르 박물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파가 늘어났다.

 

“마리, 큰일 났어요. 인파가 통제 불능이에요.”

 

현장 책임자의 다급한 목소리에 마리 뒤부아는 바로 행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수천 명의 사람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놀라움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어, 한국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들렸다.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휘날리는 모습도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안전 때문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다행히 BTS 팬들이 질서정연하게 행동해 줘서 큰 혼란은 없었다.

 

 [코리안투데이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박찬두 기자

 

드디어 BTS 진이 등장하자 순간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파리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진이 성화를 들고 달리기 시작하자 팬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현장의 열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프랑스 국민도 관광객들도 모두 하나 되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주자에게 성공적으로 성화를 전달하자,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부끄럽지만 이제껏 파리올림픽 관련 행사를 주관하며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환호 속에서 행사가 마무리된 것도 처음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행사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팀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마리, 우리가 해냈어요. 소셜 미디어가 들썩이고 있어요. 외신들도 대서특필하고 있답니다.”

 

파리올림픽과 BTS 진 관련 보도가 전 세계 트렌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외신들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었다. 항상 파리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 일색이었던 언론사들도 모두 환호하는 사람들 영상을 내보내고 있었다.

 

미국 ABC 뉴스와 CNN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인도 등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었다.

 

“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이 문화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화합과 평화를 메시지를 전했다”

 

기사 내용 밑에는 댓글도 하나같이 좋은 말들로 가득했다. 세계적인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처음에 보도하기 어렵겠다고 난색을 표했다던 프랑스 언론들도 태도를 바꿨다.

 

 [코리안투데이] 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모습(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박찬두 기자

다음 날 아침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올림픽 공식 SNS 계정에 팔로워 수가 하룻밤 사이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진이 등장한 영상 조회 수는 기존 올림픽 콘텐츠의 10배를 훌쩍 넘었다. 댓글에는 전 세계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넘쳐났고, 공유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마리, 이거 봤어요? 우리 해시태그가 아직도 전 세계 트렌드 1등이에요”

 

올림픽 티켓 예매 사이트 접속자 수도 전날 대비 5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였던 언론사들도 인터뷰 요청해 오기 시작했다. 프랑스 언론들도 이번 선택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TV 뉴스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아침 뉴스에서는 성화봉송 현장의 뜨거운 반응을 상세히 다뤘고, 특히 젊은 층의 인터뷰가 많았는데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처음으로 올림픽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번엔 꼭 경기장에 가보고 싶어요.”

 

이런 반응을 보면서 마리 뒤부아는 가슴이 뭉클했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문화부 장관님과의 미팅에서도 그동안 비판적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잘했다며 칭찬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이번 일로 프랑스가 얼마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나라인지 전 세계에 보여줬어요. 문화외교의 새 장을 열었다고 봐요.”

 

장관님의 말씀에 눈물이 났고,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돌아가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평소엔 올림픽 포스터는 거들떠보지 않던 사람들이 올림픽 포스터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올림픽에 가장 냉소적이던 젊은 층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코리안투데이] BTS 진의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모습(사진 : 뉴스1 제공) 박찬두 기자

이번 성화봉송을 통해 생긴 긍정적 변화를 겪으면서 마리 뒤부아는 한국 문화와 케이팝의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걸 느꼈다.

 

BTS 진의 성화봉송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지쳐 있던 프랑스 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람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마리 뒤부아는 성공적으로 파리올림픽을 마치면 한국에 꼭 한번 관광을 가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의 가을이 그렇게 예쁘다는데 가을에 가면 좋을까요? 아니면 겨울에 눈 내린 강원도의 설경을 보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계절이 가장 예쁜지 이야기해 주시면 참고해서 한국 여행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세요.”

 

마리 뒤부아가 파리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에 와서 멋지고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 유튜브 ‘감동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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