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이어진 가을의 약속…노란 은행잎, 남이섬을 물들이다, 송파구

20년째 이어진 가을의 약속…노란 은행잎, 남이섬을 물들이다, 송파구
✍️ 기자: 지승주

 

서울 송파구는 오는 11월 13일, 지역 내 수거한 은행잎 약 20톤을 강원도 남이섬으로 보내 ‘송파은행나무길’을 조성한다. 이 사업은 2006년 시작 이후 20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은행잎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행정과 지역 상생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송파구, 20톤 은행잎 남이섬에 보내 ‘송파은행나무길’ 조성  © 지승주 기자

서울 송파구가 가을마다 진행하는 은행잎 나눔이 20년째를 맞았다. 남이섬에 황금빛 낙엽길을 조성하며 환경보호와 관광자원 창출, 농가 지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이 사업은 해마다 주목받고 있다.

 

송파구(구청장 서강석)는 11월 13일 오전 9시경, 송파구 전역에서 수거한 은행잎 20톤을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남이섬으로 운송해, 섬 중심부 약 100m 구간에 ‘송파은행나무길’을 조성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06년 시작돼 올해로 20년째를 맞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도시 지자체들은 낙엽을 폐기물로 간주해 대부분 소각 처리하거나 매립했다. 서울 송파구 역시 매년 수백 톤씩 발생하는 낙엽, 특히 특유의 냄새와 미끄러움 문제로 민원이 잦았던 은행잎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눈에 띄는 제안이 들어왔다. 강원도 남이섬에서 은행잎을 요청한 것이다. 남이섬은 특성상 기온이 낮아 다른 지역보다 은행잎이 빨리 떨어졌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가을 경관이 짧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남이섬 측은 송파구에 낙엽 제공을 제안했고, 이는 단순한 폐기물이었던 낙엽이 관광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구는 이 제안을 적극 수용해 행정 협의와 운송 체계를 신속히 정비했고, 첫해부터 수십 톤의 은행잎을 남이섬에 보내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실험적이었던 이 협력 모델은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현재까지 송파구가 남이섬에 보낸 은행잎은 총 400톤에 달한다.

 

이 낙엽은 단순히 뿌려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는 은행잎 수거 시 이물질과 기타 폐기물을 선별하고, 위생 및 경관 측면을 고려해 최적의 상태로 정제해 제공한다. 남이섬 측은 이를 활용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앙 도로에 길이 약 100m, 폭 5m의 노란 은행잎길을 조성한다.

 

가을철 남이섬은 평균 일일 방문객이 9,000명에 이르며, ‘송파은행나무길’이 조성되는 2주 동안에는 약 12만6,000명이 이 길을 찾는다. 지난 20년간 해당 길을 걸은 방문객 수는 누적 25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단순한 낙엽이 ‘명소’가 되었고, 송파구의 이름도 자연스레 함께 알려지며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 프로젝트는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남이섬을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 송파구에서 온 은행잎으로 강원도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황금빛 길을 걷는 기분은 다른 계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이라고 밝혔다.

 

송파구의 자원순환 행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구는 매년 약 670톤에 달하는 낙엽을 수거하며, 이 중 98%에 달하는 650여 톤을 수도권 인근 농가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 낙엽은 농가에서 특용작물의 보온재로 활용되며, 일부는 퇴비화 과정을 거쳐 친환경 비료로 재탄생한다. 구는 이를 통해 매립·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연간 약 1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농가 경영 안정에도 보탬이 된다. 구가 낙엽을 제공하는 농가는 경기도 여주시를 포함한 수도권 10여 곳으로, 이들은 한파 대비용 보온재 구매 비용을 줄이고, 자가 퇴비 활용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구는 단순히 낙엽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지역 간 상생의 기회로 전환해왔다”며 “관광객에게는 즐거움을, 농가에는 실질적 도움을, 행정에는 예산 절감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모두 거둔 우수한 자원재활용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원의 가치를 되살리는 창의적인 행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은행잎 프로젝트’는 환경 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청소 행정이 아닌, 자원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타 지역과의 협력을 통한 가치 확장을 실현한 사례다.

 

특히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은 행정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일회성 이벤트나 단기 정책과는 다른 지속가능성 측면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향후 구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지역 내 다른 낙엽이나 폐자원에 대한 자원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심 속 자연 순환 체계를 더욱 체계화하고, 행정의 공공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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