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 지형은 과거의 영광을 더 이상 자랑하지 못한다. 한때 삶의 중심이었던 사찰과 교회, 성당의 문이 하나둘 닫히고, 신앙의 소리는 희미해져 간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감소를 넘어, 사회의 정신적 뿌리가 흔들리는 깊은 상징이다.
![]() [코리안투데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마음챙김 명상 홍보 사진. 줄어드는 신도들을 온라인 명상으로 유도하여 수행과 포교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긍정학교) ⓒ 박찬두 기자 |
한국갤럽 및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98년 53%였던 종교인 비율은 2022년 36.6%로 급격히 하락했다. 종교가 없는 이들이 60%에 육박하며, 특히 20대에서는 무종교인 비율이 80%에 달한다. 불교 신자는 2014년 22%에서 2022년 16.3%로, 개신교인은 2012년 22.5%에서 2022년 15.0%로 줄었다. 2025년에도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신앙이 퇴조하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낙엽 진 전등사의 모습. 전국의 유명한 사찰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찰들은 신도수의 감소로 사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제공: y.j58) ⓒ 박찬두 기자 |
이 감소는 종교 시설의 폐쇄로 이어진다. 불교 사찰 수는 약 1만 7,000여 개로 추정되지만, 많은 수가 ‘나 홀로 사찰’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승려 수는 10년 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개신교의 경우 감리교단은 2021년부터 교회 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고, 개별 교회 교인 수는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천주교는 본당 수는 안정적이지만, 신자 수가 적은 공소(본당보다 작은 교회) 다수가 문을 닫고 있다.
쇠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청년층의 탈종교화가 두드러지며, 20~30대는 ‘종교에 대한 관심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종교 기관 내부 문제도 한몫한다. 분쟁, 종교인의 자질 논란, 기복주의적 신앙, 사회적 책임 부재는 신자들을 실망시켰고, ‘가나안 성도’(교회에 나오지 않는 교인)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이탈이 늘었다.
![]() [코리안투데이] 2020년 코로나 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대체된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예배 모습. 당시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은 텅빈 상태로 예배를 진행했다.(사진제공: SBS) ⓒ 박찬두 기자 |
사회적 변화 역시 종교의 필요성을 약화시켰다. 과학 기술 발전과 복지 국가로의 전환은 세속화(Secularization)를 가속화했고, 사람들은 신앙 없이도 삶의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결정타로, 일부 대형교회의 집단 감염과 방역 수칙 미준수 논란은 종교계의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렸다.
국제적 추세도 유사하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종교 소속 인구 비율이 감소하고, ‘무종교인(nones)’ 비율은 증가했다. 호주, 칠레, 미국 등 35개국에서 종교 소속 비율이 5%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신앙의 빛은 국경을 넘어 희미해지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거리를 걷는 동안 전화를 사용하는 사용하는 젊은이들. 이들의 고민에 종교는 답을 하고 있는지 종교계는 고민해야 한다.(사진제공: 123rf) ⓒ 박찬두 기자 |
청년층 이탈은 특히 뼈아프다. 그들은 신앙의 본질과 동떨어진 가르침, 삶과 무관한 메시지, 종교 기관의 비상식적 모습을 떠나는 이유로 지적한다. 이는 종교가 젊은 세대의 고민에 답하지 못할 때, 세속적 가치와 개인적 탐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 시설 폐쇄는 지역 공동체 붕괴와도 연결된다. 농촌의 작은 사찰이나 교회, 성당은 단순한 예배 장소가 아니라 소통의 터전이었다. 그 문이 닫히면 지역 정체성과 연대감도 사라지고, 이는 사회적 연결망 해체로 이어지는 비극이다.
미래 전망은 어둡다. 불교는 고령층에 신자가 집중되어 세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개신교의 경우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한국 개신교인 비율은 11.9%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구권 일부 국가에서 종교성 하락세가 멈추고 있다는 분석(디 이코노미스트, 2025)도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 [코리안투데이] 온라인 주일예배를 안내하고 있는 안내포스터.(사진제공: 연세대학교) ⓒ 박찬두 기자 |
종교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분투 중이다. 불교는 출가자 감소에 대응해 소년, 청년,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출가 장려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포교 혁신을 위해 ‘백년대계본부’를 운영한다. 또한 현대인의 삶에 맞춘 명상 프로그램이나 심리 치유와 연계된 포교 활동으로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있다.
개신교는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 병행,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모색하며 소규모 공동체 모임과 온라인 신앙 나눔을 통해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으려 한다. 천주교는 고령 신자 사목 방안과 이탈 신자 관계 회복, 통계 기반 사목 방향 설정에 주력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코로나19 이후 예배 참여자 수가 코로나 이전보다 약 10% 정도 감소된 상태여서 완전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자료제공: 한국기독교 신문 2024.6.) ⓒ 박찬두 기자 |
종교의 미래는 기술적 혁신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청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대 고민에 응답하며,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실천과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신앙의 불씨를 다시 피울 열쇠다.
![]() [코리안투데이] 봉은사의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모습. 연등처럼 종교가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사진제공: 케티이미지뱅크) ⓒ 박찬두 기자 |
종교는 사회의 영혼이며,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다. 그 빛이 희미해질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지 성찰해야 한다. 사찰과 교회, 성당의 문이 닫히는 소리는 공동체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다. 과거 영광을 되새기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며 희망을 그리는 일이 필요하다. 믿음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깊은 성찰로 이끈다. 신앙의 터전은 흔들리지만 뿌리는 깊다. 회복의 길은 험난하나, 그 끝에 믿음의 등불이 다시 켜지길 기대한다. 신앙의 빛을 밝히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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