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첫인상은 거리에서 결정된다. 전봇대와 담벼락, 교차로 난간에 무분별하게 붙은 현수막과 전단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해 왔다. 서울 양천구가 이 같은 고질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해 불법광고물을 수거하고, 그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다. 단순한 단속을 넘어, 주민 참여형 정비와 생활형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겨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코리안투데이]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참여자 모집 안내 포스터(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2026년도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기 위해 오는 12월 15일부터 31일까지 참여자 40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불법 현수막, 벽보, 전단, 스티커 등 거리 곳곳에 무단 부착된 유동광고물이다. 참여자는 지정 구역 내에서 불법광고물을 수거해 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되고,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이 제도의 핵심은 ‘실효성’이다. 불법광고물은 단속과 철거를 반복해도 빠르게 재부착되는 특성이 있어 행정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천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주민 참여 방식으로 전환했다. 생활권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이 직접 정비에 나서면서 정비 속도와 범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보상 기준도 구체적이다. 벽보나 유해 명함 등 첨지류는 100매당 2,000원에서 5,000원, 일반 현수막은 장당 2,000원, 족자형 현수막은 1,000원, 스티커는 1매당 200원이 지급된다. 월 최대 지급액은 200만 원 이내다. 다만 벽보·전단 등 첨지류만 수거할 경우에는 월 50만 원 한도가 적용된다. 무작위적 수거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활동성과 지속성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신청 자격은 비교적 폭넓다. 20세 이상 양천구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날짜와 시간이 표시되는 촬영장비를 갖추고 기본적인 문서 작성이 가능하면 된다. 이는 수거 실적의 투명성과 중복 제출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동별로 2~3명씩 총 40명을 선발하며, 선정된 참여자는 사전 교육을 거쳐 2026년 2월부터 현장 활동에 투입된다.
양천구의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는 일회성 정책이 아니다. 이미 2015년부터 운영돼 왔으며, 최근 3년간 이 제도를 통해 정비된 불법광고물만 약 700만 장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법광고물이 도시 전반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민 참여형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구는 수거보상제와 함께 다양한 병행 정책도 추진 중이다. 불법광고물 특별단속반 운영, 자동경고전화(ARS) 발신 시스템, 불법광고물 흔적 지우기 사업, 저단형 현수막 지정게시대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단속과 예방, 정비를 동시에 굴리는 다층적 접근이다. 특히 자동경고전화 시스템은 불법 광고에 노출된 전화번호로 경고 안내를 자동 발신해 재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광고주 단계에서부터 불법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다.
도시 미관 개선은 단순히 보기 좋은 거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광고물이 줄어들면 교통사고 위험도 함께 낮아지고, 쾌적한 거리 환경은 상권 이미지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여기에 수거보상제는 중장년층, 구직자, 소득 보완이 필요한 주민에게 현실적인 일거리까지 제공한다. 행정 효율, 안전, 일자리라는 세 가지 목표가 한 제도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다.
양천구는 이번 모집을 통해 제도의 안정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무분별한 수거 경쟁을 막기 위해 활동 구역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안전사고 예방 교육도 강화한다. 특히 교차로, 고가도로 인근 등 위험 구간에서는 안전 수칙을 철저히 적용해 사고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는 올바른 광고문화 확산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에 효과가 검증된 제도”라며 “주민 참여를 통해 거리 환경을 스스로 가꾸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단속과 정비를 병행해 불법광고물이 발붙이기 어려운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불법광고물 문제는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려운 도시의 고질병이다. 그러나 양천구의 사례는 행정 주도의 단속을 넘어, 주민이 해법의 주체로 나설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거리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 곧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면, 그 출발점은 전봇대에 붙은 한 장의 전단을 떼어내는 손길일지도 모른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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