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급속히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도 판결문 분석에 따르면, 전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0%로 5년 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은 이제 가해자가 직접 찍는 것보다 피해 아동·청소년 스스로 촬영하게 유도하거나 협박하는 방식이 더 많다.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범죄의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코리안투데이]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보도자료 © 송현주 기자 |
2023년 확정 판결문 3,452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 아동·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4세였다. 특히 13세 미만 피해자도 24.3%에 달해 매우 어린 연령대에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성별은 여성 비율이 91.3%로 압도적이었지만, 강제추행·유사강간·촬영물 이용 협박 등의 범죄에서는 남자 피해자도 10% 이상 포함돼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족이나 친척 외에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64.1%로 가장 많았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29.3%에 달했다. 특히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체의 36.1%로, 2019년 15.1%에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 중 접촉 경로는 채팅앱이 45.0%로 가장 많았고, SNS(22.8%), 메신저(10.7%)가 뒤를 이었다. 디지털 공간이 아동·청소년의 범죄 피해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디지털 성범죄에서 제작된 성적 이미지 형태는 동영상이 46.2%, 사진이 43.9%를 차지했다. 이 중 가해자가 촬영하거나 제작한 경우는 47.6%였으나, 피해자가 자기 스스로 촬영·제작한 경우는 49.8%로 오히려 더 많았다. 이는 2019년 19.1%에 비해 큰 폭의 상승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더 ‘자기 손으로 만든 덫’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유인 또는 협박 방식이 활용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유포 협박이 있는 경우는 전체 디지털 성범죄 중 15.1%였고, 실제로 이미지가 유포된 사례는 11.1%였다. 유포 매체는 메신저(35.7%)가 가장 많았으며,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상이 노출된 이미지 비율도 40.5%에 달했다. 단순한 온라인 피해가 아니라 ‘현실의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결과다.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2023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평균 징역형은 42.5개월(3년 6개월)로, 2019년 24.5개월보다 18개월 늘었다. 특히 성착취물 범죄는 평균 징역 47.9개월(3년 11.9개월)로 높았고, 3년 이상 실형 선고 비율도 58.8%에 달했다. 강간(55.6개월), 유사강간(55.1개월)보다 조금 낮지만 여전히 중형이다.
정부는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며 디지털 성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는 아동·청소년을 협박하거나 강요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징역 최소 3년 이상, 최대 5년 이상으로 형량이 상향된다. 또 긴급 신분비공개수사 제도를 도입해 경찰이 사전 승인 없이 즉각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방심위에 삭제·접속차단 요청도 의무화했다. 오프라인 그루밍까지 처벌 대상으로 포함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지원도 강화 중이다. 전국 17개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 영상 삭제 지원, 상담,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AI 기반의 성착취물 탐지 시스템도 도입 예정이다. 아동·청소년이 유포 피해를 신고하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삭제 지원이 이뤄지며, 2023년에는 약 36,000건, 2024년에는 약 38,000건의 삭제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플랫폼 ‘디클(Dicle)’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카카오톡·라인·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디지털 상담 채널 ‘디포유스’도 운영 중이다. 이들은 피해 발생 전후로 아동·청소년들이 보다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 작동한다.
아동·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 안에 도사린 디지털 성범죄의 위협은 현실 그 자체가 됐다. 이제 단지 처벌 강화만이 아닌, 기술 기반의 예방, 피해자 맞춤형 지원,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성착취 영상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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