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녀 이야기
1921년 인도에서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명의 소녀 자매가 늑대에 의해 키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인도 벵갈 늑대소굴에서 발견된 두 자매 카말라(8살)와 아말라(7살)는 혀로 핥으면서 음식을 먹었고, 두 발과 두 손을 땅에 딛고 기어 다녔으며, 밤에는 10시, 1시, 3시에 허공을 향해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 [코리안투데이] 8세 카말라가 7세 아말라를 품에 안고 있는모습(사진제공: 서울교육방송)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이들이 어떻게 늑대에게 키워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머니가 산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늑대의 공격을 받아 어머니는 목숨을 잃은 반면, 아이들은 늑대가 물고 가서 동굴에서 새끼들과 함께 자라게 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두 소녀는 각각 교육학자와 목사의 가정으로 옮겨졌으며, 그들은 소녀들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한 소녀는 1년 만에 사망했고, 다른 소녀는 9년을 더 살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왜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까요? 이는 늑대의 습성을 끝내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 오래 살아남은 소녀는 9년 동안 단어 45개를 배우고 겨우 포크를 사용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이 사례는 인간의 행동이 유전적 인자보다는 후천적 학습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인간답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유전 인자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전 인자는 인간다운 행동을 유발하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며, 늑대 소녀들은 이를 증명했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서 배울 때 비로소 인간답게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인간이 늑대와 자란다고 해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이 소녀들은 늑대를 닮았습니다.
이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이 이야기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에서 늑대로 ‘역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소녀들은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전두엽의 발달이 멈추었고, 직립 보행, 손 사용, 말과 문자 사용 등 현대 인류가 진화하면서 습득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학습을 통해 이를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야만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서 성장할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발휘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간답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인간에서 원숭이로: ARHGAP11B 유전자 이야기
ARHGAP11B는 인간 유전자 중 하나로, 인간의 지능과 인지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6월 19일, 독일의 빌란트 후트너 연구팀은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비단마모셋 원숭이 태아의 뇌(왼쪽)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ARHGAP11B 유전자를 주입한 뇌(오른쪽)(자료제공: 나무위키)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연구팀은 마모셋 원숭이의 태아에게 ARHGAP11B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주입했으며, 그 결과 원숭이의 뇌 신피질 부피가 일반 원숭이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되었고, 뇌 표면 주름도 인간 태아의 뇌와 유사한 수준으로 발달했습니다. 또한, 피질판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부뇌실 구역의 방사성 신경교세포와 상층부 뉴런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빌란트 후트너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ARHGAP11B 유전자는 영장류의 신피질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여, ARHGAP11B 유전자를 주입한 원숭이 태아는 출산에 이르기 전에 중절되며 실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숭이 태아의 뇌 발달이 지나치게 증가하자 당황한 연구진이 서둘러 중절시켰다.”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연구진은 ARHGAP11B 유전자가 원숭이 태아의 뇌 피질에 영향을 미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실험을 진행했으며, 처음부터 태아 단계의 실험체만을 대상으로 계획된 실험이었습니다.
만약 인간에게서 이 유전자를 제거한다면, 인간은 원숭이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ARHGAP11B 유전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획득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진화 과정이 거꾸로 되돌아가는 역진화에 대한 연구 진행
역진화(Reverse Evolution)는 생물체가 진화 과정을 거꾸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꾸준히 논의되어 온 개념입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가설로 여겨졌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의 발전으로 실험적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역진화’를 시도하여 만들어낸 악어 주둥이를 가진 닭의 모습(자료제공: 네이버 포토뉴스) ⓒ 박찬두 칼럼니스트 |
1980년대 이후, 실험실에서 특정 조건 하에 미생물이 과거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사례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특정 환경 변화에 따라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CRISPR-Cas9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은 특정 유전자를 삭제하거나 변경하여 생물체의 특정 형질을 되돌리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게 했으며, 이는 역진화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화석 기록을 통해 과거 생물의 형태와 현대 생물을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특정 생물군이 환경 변화에 따라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는 사례도 밝혀졌습니다. 특히, 2008년 스위스의 제약회사 치바가이기 그룹에서 진행된 식물 실험은 역진화의 예로 꼽힙니다.
에프너와 하인트 쉬르히라는 두 과학자가 정전기장에 몇 가지 특수한 장치를 더한 후, 그 속에 박테리아, 밀, 옥수수 등 다양한 생명체를 노출시키자 오랜 기간 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태고적 유전자가 아무 일 없었던 듯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원시 형태의 골고사라가 부활하고, 2억 살 된 소금에 묻혀 있던 박테리아가 깨어났으며, 옥수숫대 하나에 여러 개의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린 고대 옥수수가 기적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옛날의 유전자로 되돌려 식물을 재배하면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자라고 수확량도 많아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또한, 2009년 포르투갈과 미국의 과학자들은 1975년에 채집한 초파리를 50세대에 걸쳐 다양한 환경 속에서 번식시켜 어느 한계까지는 역진화를 통해 과거 조상의 유전자로 되돌아가는 사례를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초파리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역진화를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닭의 배아를 이용해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역진화 실험을 진행
‘디노-치킨'(dino-chickens)이라 불리는 닭 배아는 CT 촬영 결과 두개골이 공룡의 코와 유사하게 변형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이 닭에 ‘공룡 코’를 만든 이유는 영화와 같은 괴상한 생물을 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류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지만, 현대 조류는 공룡으로부터 수천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백악기(1억 3500만~6500만 년 전)까지 조류는 부리가 아닌 악어 같은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으며, 그중 닭이 공룡의 가장 ‘직계 후손’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예일대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유전자 변형에 성공한 ‘공룡닭’ 배아의 두개골 모습(가운데). 왼쪽은 일반적인 닭의 두개골이며, 오른쪽은 악어의 두개골(자료제공: 예일대와 하버드대 연구진, 뉴스1)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이 같은 이론에 기초하여 미국과 캐나다의 고생물학 연구팀은 몇 년 전부터 닭의 배아를 이용해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역진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예일대의 사례처럼 닭의 배아 발달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 신호 패턴을 조작하면 공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예일대 바라트 안잔 불라르 박사는 “우리 연구의 목적은 ‘공룡 닭’이나 그와 비슷한 것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새의 부리는 바로 공룡의 주둥이가 여러 형태로 변화해 생긴 것”이라며, “이 진화가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진화 시계를 되감는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공룡닭’ 병아리 가상도(자료제공: BBC 트위터 캡쳐, News1)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마이클 벤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시조새가 서식하던 시절로부터 5,000만년이 지난 후에야 조류의 부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부리가 단순한 코의 변화가 아니라 진정한 적응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입증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현대 진화 이론을 받아들인 과학자들은 방향성을 전제로 하는 역진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복잡한 구조로 바뀌는 것이 진화이며, 기능을 잃는 것은 진화를 거스르는 역진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이들은 더 단순해지고 필요 없는 기능이 사라지는 것도 진화의 일종으로 보며, 생물이 환경 적응을 위해 변화하는 것은 진화의 예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거꾸로 진화한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역진화 연구는 유전자 치료와 재생의학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되돌리거나 제거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멸종된 종의 복원이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의 생존을 돕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으며, 이는 생물 다양성 보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역진화 연구는 진화 메커니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할 것입니다. 이는 생물학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이론과 모델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역진화는 단순한 가설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과거의 생물학적 형태를 되돌리는 연구는 생물학, 의학, 환경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성과와 응용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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