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한복판에 로컬의 반란?”

 

2025년 5월 30일, 대전 유성의 NC백화점 한 켠에 소소하지만 야심찬 반란이 시작됐다. 바로 ‘유망 소상공인 상설매장’ 1호점이 그 문을 연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주도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오프라인 판매 공간을 넘어, 유망 소상공인들이 브랜드를 알리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플랫폼 실험이다.

 

소상공인의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목적 아래 마련된 이 상설매장은, 대기업 유통망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제품 선정에도 기준이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부터 지역 특화제품, 제조 기반의 우수 소공인 제품까지, 소상공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매장은 총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강한·로컬존’에는 지역의 고유 자원과 개성이 담긴 아이디어 상품이 자리한다. 둘째, ▲‘글로벌소공인존’은 뚝심 있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조업 기반 소공인들의 무대다. 셋째, ▲‘백년·협동조합존’은 장인정신과 공동체 기반의 유통 모델이 만나는 공간으로, 백년 가게와 협동조합 제품이 전시된다. 말 그대로 ‘지역성과 혁신성, 공동체성’이라는 세 키워드가 한 공간에 녹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제품을 진열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소진공은 이 상설매장을 단발성이 아닌, 순환 가능한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시즌마다 테마 기획전과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전시 제품도 수시로 바뀐다. 이는 유통 구조상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의 고질적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시도이기도 하다.

 

 [코리안투데이] 상설매장 전경 © 송현주 기자

홍보 전략도 민첩하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SNS 채널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별도의 홍보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서도 화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상설매장이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 발판’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소진공 박성효 이사장은 “이번 상설매장은 공공-민간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소상공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1호점 개소는 끝이 아니다. 소진공은 하반기부터 서울 지역으로도 상설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광고문화회관과 명동 라이콘샵이 그 다음 실험 무대다. 점차 전국 각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단발성 지원에 머물던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지속 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판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백화점 한복판에서 만나는 로컬 브랜드, 그 뒤엔 이름 없는 장인들과 지역의 숨결이 서려 있다. 이들이 만드는 또 다른 ‘K-브랜드’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의 운세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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