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종료 통보서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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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용산

사건 종료 통보서는 대체로 몇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조사 결과가 정리되고, 조치 사항이 안내되며,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알리는 문장이 이어진다.

 

 [코리안투데이] 사안 종료 후 남겨진 통보서 한 장  © 신성자 기자

 

행정적으로는 분명하고, 절차적으로도 완결된 문서다.

 

그러나 그 문장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담지 못한다.

 

통보서가 전달된 뒤에도 교실은 그대로 존재한다.

아이들은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복도를 지나고, 같은 점심시간을 맞는다.

 

문서가 끝난 자리에서아이들의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누군가는 말을 걸기를 망설이고,

누군가는 괜히 더 조용해지고,

누군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기도 한다.

 

그 미묘한 변화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사건은 조사서에 정리되지만,

교실의 공기는 기록되지 않는다.

 

친구들의 눈빛,

자리를 옮길 때의 잠깐의 침묵,

말을 꺼내기 전의 망설임.

 

이런 것들은 문서가 담지 못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학교폭력 이후의 시간은종종 ‘종결’이라는 말과 다르게 흘러간다.

 

문서가 끝났다고 해서관계의 긴장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사건이 끝났다는 통보보다이 교실이 여전히 안전한 공간이라는 경험이다.

 

누군가 평소처럼 말을 걸고,

같이 웃고,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조금씩 이어질 때비로소 아이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회복탄력성은 상처를 잊는 능력이 아니라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안전한 경험이 반복되며 자라나는 힘이다.

 

사건 종료 통보서는 사건을 정리한다.

하지만 교실의 시간은 그 이후에도 계속 쓰여진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아이의 회복도 조금씩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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