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이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빌스(VHILS, 본명 알렉산드르 파르투)의 개인전 《그라피움(GRAPHIU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8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울산시립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빌스는 2000년대 초반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해머, 드릴, 폭발물 등을 활용해 건축물의 외벽을 조각하는 독창적인 저부조 기법을 개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도시의 표면을 해체하고 그 속에 감춰진 시간, 기억,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드러내며 ‘창조적 파괴’라는 미학적 개념을 시각화한다. 특히 익명의 인물과 공동체의 기억을 표현한 그의 작업은 파리, 뉴욕, 리우데자네이루, 상하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선보여져 왔다.
![]() [코리안투데이] 전시홍보물 사진 © 정소영 기자 |
‘그라피움(GRAPHIUM)’은 라틴어로 글을 새기는 고대 필기도구를 의미하며, ‘새기다’, ‘기록하다’라는 행위의 원형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울산 반구천 일대의 선사시대 암각화가 지닌 상징성과도 맞닿아 있다. 암각화는 인류가 남긴 최초의 시각적 기록 중 하나로,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며 문명을 형성해온 흔적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새김’이라는 행위를 현대 도시미술로 재해석하는 장으로 기획됐다.
전시는 총 7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면 긁기 프로젝트’에서는 빌스의 대표적 기법을 살펴볼 수 있으며, ‘빌스의 도구들’과 ‘반구천의 암각화 도구들’ 섹션에서는 시간의 층위를 조각해내는 수단이 된 도구들을 나란히 조명한다. 또한 에폭시·목재·석재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조형물, 해체된 광고판을 재구성한 설치미술, 폭발의 순간을 담은 영상 작품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통해 도시의 표면 위에 새겨진 기억을 재구성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대여한 선사시대 고래뼈가 전시되어 암각화 속 고래 형상이 실제 생물에 기반했음을 증명한다. 이 유물은 7천 년 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오늘날에 불러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문화사적 가치와 현대 예술 간의 다리를 놓는 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인류 문명의 초석을 보여주는 기록 예술의 정점이며, 빌스의 작업은 이와 같은 과거의 새김을 오늘날의 도시 환경에 투영한다”며 “이번 전시는 울산의 문화유산과 세계적 현대미술이 교차하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람료는 성인 1,000원, 대학생·군인·예술인은 700원이며, 울산 시민은 500원의 할인된 요금으로 입장할 수 있다. 온라인 예약은 울산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https://www.ulsan.go.kr/s/uam)에서 가능하며, 현장 예매도 병행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052-229-8422)로 문의할 수 있다.
[ 정소영 기자: ulsangangbu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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