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몬 손중하의 ‘국화꽃 베개'(5)

 

나는 어머니 된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호박의 꼭지는 몇 각으로 되어 있는지 아시나요?”

이 질문에 아무도 정확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어머니는 흔치 않다. 어머니가 될 때까지 숱하게 호박과 인연을 맺었을텐데도 호박 꼭지를 제대로 살피는 어머니는 없는 것 같다.

 

[연재] 시몬 손중하의 ‘국화꽃 베개'(5)

 [코리안투데이] 호박 꼭지(그림: chatGPT) © 임승탁 기자


이런 엉뚱한 질문을 왜 하는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해 하는 어머니들이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호박을 고를 때 누가 꼭지를 보고 고르겠는가? 겉이 반질반질하고 싱싱하여 제 맛을 낼 수 있는 호박을 고르면 될 일이지 굳이 호박 꼭지의 각을 살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몇 년을 두고 호박을 매만지며 고르기도 하고 고른 호박으로 맛있는 요리를 숫한 세월 해 보았지만 호박 꼭지의 각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는 것이다. 어머니들에게 중요한 것은 호박 꼭지의 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호박 자신에게는 호박 꼭지가 가장 중요한, 어쩌면 사람의 탯줄처럼 한 생명의 영양을 공급하는 생명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호박을 고르는 사람들은 꼭지의 중요성은 생각지 않는다. 그러기에 꼭지에 관심을 둘리가 없을 것이다.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보고 고르면 되는 호박처럼 우리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이게 될 것이고 우리 또한 우리가 필요한 부분만 취하여 평가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곧 자기 자신에게 존재 하고 있는 자신의 거울 넓이만큼 평가 하게 될 것이고 그 거울의 밝기만큼 보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같은 사람을 놓고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되고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운동장에 뛰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만은 어머니들이 고르는 호박처럼 호박의 겉면만 보지 말고 호박 자체로서의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 보지 말고 서로의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그런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기도 해 본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좀 더 넉넉한 사회를 만들고 넉넉한 사회에서 좀 적게 벌어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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