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공항소음 피해 지원 확대…청력검사·보청기·심리상담 ‘3종 패키지’ 본격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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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부천

비행기의 굉음은 지나가지만, 그 여파는 남는다. 창문을 닫아도 막히지 않는 저주파 소음, 반복되는 이착륙 소리, 그 사이에서 쌓이는 피로와 불안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장기간 공항 인근에 거주한 주민들에게 항공기 소음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의료 문제’에 가깝다.

 

[코리안투데이] 양천구와 협약을 맺은 이비인후과에서 청력정밀검사중인 구민의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천구가 공항소음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건강지원 정책을 확대했다. 단편적인 보상이 아닌, 청력·심리·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형 지원이라는 점에서 정책 방향이 뚜렷하다.

 

양천구는 2026년부터 공항소음 피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청력(정밀) 검사 △보청기 구입비 지원 △심리상담 서비스 등 ‘3종 패키지 지원’을 본격 운영한다. 총 지원 규모는 600명이다. 청력검사 200명, 보청기 지원 100명, 심리상담 300명으로 구성된다.

 

핵심은 ‘연계성’이다. 단순 검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후속 지원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보청기 지원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관리하는 방식이다.

 

청력검사는 공항소음대책지역 및 인근지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주민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1차 기본검사 후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2차 정밀검사로 이어진다. 검사는 양천구와 협약을 맺은 25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된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조기 발견’이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에는 자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될 경우 회복이 어려운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적이다.

 

보청기 지원은 보다 직접적인 생활 개선 정책이다. 청력검사를 통해 중등도 난청 진단을 받은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소통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미 정책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2024년부터 시행된 보청기 지원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98.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체감도가 높은 생활 밀착형 정책이라는 의미다.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 인원 100명이 상반기 조기 마감되면서 하반기에 추가 예산을 확보해 50명을 더 지원한 사례는 정책 필요성을 보여준다.

 

심리상담 서비스는 공항소음 문제의 또 다른 축이다. 소음은 청각 문제뿐 아니라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반복적인 소음 노출은 만성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천구는 이를 반영해 공항소음 피해지역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대 8회 상담이 가능하며, 1인당 최대 64만 원까지 지원된다. 단기 상담이 아니라 일정 기간 지속 관리가 가능한 구조다.

 

실제 효과도 확인된다. 지난해 상담 서비스 이용자 320명 중 95.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심리 지원이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핵심 정책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제도 개선도 병행됐다. 청각장애 등록 과정에서 필요한 추가 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항목이 신설됐다. 또한 온라인 신청 시스템 도입과 제3자 대리 신청 허용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다만 보청기 지원은 여전히 방문 신청만 가능하다. 이는 고가 장비 지원 특성상 대상자 확인과 절차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천구의 공항소음 대응 정책은 단순 복지 수준을 넘어 ‘생활 보상 체계’로 확장되고 있다. 건강 지원 외에도 다양한 지원책이 병행된다.

 

대표적으로 김포공항 이용료 지원이 있다. 공항소음 피해지역 주민이 김포공항을 이용할 경우 국내선은 4천 원, 국제선은 1만 7천 원을 연 최대 4회까지 지원받는다.

 

교육 분야 지원도 포함된다. 2026년 10월에는 초·중·고 및 대학생 330명을 대상으로 총 5억 원 규모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세제 지원도 병행된다. 공항소음대책지역 재산세 감면 정책은 기초자치단체 최초 사례다. 이는 단순 지원을 넘어 제도적 보상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공항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소음 피해 보상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요한 정책 이슈다. 다만 대부분 물리적 방음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천구의 건강 중심 접근은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공항소음은 단순 불편이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정책의 핵심은 ‘보상’이 아니라 ‘회복’이다. 소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영향은 줄일 수 있다. 귀를 보호하고, 마음을 돌보고, 일상을 다시 회복하는 것. 행정이 개입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양천구의 이번 정책은 공항소음 문제를 ‘환경 민원’에서 ‘공공 건강 정책’으로 전환한 사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앞으로 도시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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