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셋이 같이 자리를 비운다

Photo of author

By 코리안투데이 천안

🏯

[Day 8] 셋이 같이 자리를 비운다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8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8 헤더 일러스트

掛印의 저녁 뒤, 세 사람이 북쪽 들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말과 걸음이 섞여 있었고, 이십여 명의 측근이 그 뒤를 따랐다. 조정의 추포령이 내려올 가능성을 대비하여, 유비가 일행을 잿빛 긴 망토 안쪽에 접어 두게 하였다.

하루 사이에 소문이 걸음보다 빨리 북쪽으로 건너갔다. "안희의 현위 자리와, 주부와 현승의 두 자리가 한꺼번에 비었다." 조정 서류 위 셋의 빈 자리가 하나의 큰 공간으로 합쳐져 있었다. 현의 공식 인감이 기둥에 걸려 있다는 말이, 북쪽 군사 진영까지 건너갔다.

북평(北平) 변방 진영의 한 사람이 그 소문을 들었다. 이름은 공손찬(公孫瓚), 자는 백규(伯圭). 유주(幽州)의 태수. 노식(盧植) 문하의 옛 동문이었다. 공손찬이 짧게 한 마디를 꺼냈다. "그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올 것이네. 북쪽 길의 마지막 갈림길이 이쪽이네. 진영의 문을 열어 두게."

과연 이틀 뒤 새벽, 북평 진영의 문 앞에 세 사람이 도달했다. 공손찬이 친히 문을 열어 유비의 손을 잡았다. 노식 문하 옛 동문의 두 손이 만나는 자리였다. 책상을 나란히 쓰던 두 젊은이의 열 해 이상의 세월이 그 두 손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현덕. 현위의 자리가 자네에게 너무 작았네. 이 공손찬의 진영 뒤쪽에, 더 나은 자리가 기다리고 있네. 평원현(平原縣)의 현령(縣令)일세. 현위보다 한 단 위의 자리. 내일 아침부터 자네의 이름 옆에 이 한 줄이 더 적혀 내려갈 수 있네."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한 마디를 바로 꺼내지 아니하고, 조용히 공손찬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백규 형님. 이 걸음의 뒤쪽에 안희 백성의 얼굴이 조용히 접혀 있소. 그 얼굴을 더 지키기 위하여 평원의 자리를 받겠소. 다만 — 이 받음의 결이 조정의 갈래가 아니라 백성의 자리 위에 놓이기를 바라오."

삼국지 365 Day 8 중간 일러스트

공손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 한가운데에 화로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불의 결이 세 사람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유비가 관우와 장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세 자리의 빈 자리가 오늘 아침에 한 자리의 찬 자리로 바뀌고 있었다.

그 자리 한가운데 화로 앞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섰다. 키가 훤칠하고 어깨가 반듯한 젊은 사내였다. 두 눈이 맑은 못처럼 깊었고, 창을 허리 옆에 조용히 건 자세였다. 그의 이름이 건너왔다. 조운(趙雲), 자는 자룡(子龍). 상산(常山) 진정(眞定) 사람으로, 공손찬의 진영에 머물고 있던 장수였다.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 조운의 두 눈 안쪽이, 조용히 젖었다.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두 사람의 형제 자리 뒤쪽에 서 있는 또 다른 얼굴을 오래 바라본 조운의 두 눈이, 오래 기억해 둘 얼굴의 결을 읽고 있었다. 그 읽음은 오늘 아침에 한 마디도 꺼내지 아니하였다. 다만 조운의 창끝이, 유비 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어져 있었다. 창의 기울기가 한 마디보다 먼저 약속의 결로 기다림을 열어 두고 있었다.

유비가 조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오늘 아침 화로 앞에서 네 번째 얼굴의 씨가 조용히 심어지고 있었다. 桃園盟(Day 4) 세 사람의 결 뒤쪽에, 네 번째 자리가 조용히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오늘 아침에는 그 자리의 이름을 꺼내지 아니하였다. 내일 이후의 자리에서 그 이름이 다시 건너올 것이었다.

Book 1의 여덟 번째 새벽이 북평 진영의 화로 앞에서 조용히 열렸다. 三席同空(삼석동공, 세 자리가 한 번에 같이 빈 자리)의 네 글자가, 오늘 평원현 현령의 한 줄로 이어지고 있었다. 掛印의 기둥 자리(Day 7)가 새로운 화로 앞쪽으로 건너와 있었다. 낯익은 얼굴의 씨가, 내일의 자리 쪽으로 한 결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삼국지 365 Day 8 마무리 일러스트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한 사람의 자리가 비는 자리는 쓸쓸하되, 세 사람의 자리가 한꺼번에 비는 자리는 쓸쓸함이 한 결로 모여 하나의 울림이 되는 자리이옵니다. 그 울림 뒤쪽에, 화로 앞쪽의 옛 동문의 손이 기다리고 있는 자리가 있지요. 오늘 새벽 당신의 걸음 뒤쪽에도, 그 세 자리의 한가운데를 기억해 주는 옛 얼굴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얼굴의 화로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9: 낙양의 파리들

"평원의 자리 뒤쪽에, 도성 한가운데에서 도는 기이한 소문이 있었다. 영제(靈帝) 병실 안쪽에, 열 마리의 파리가 맴돌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

NOTICE

언론 윤리강령 개정 안내

안녕하세요, 코리안투데이 편집국입니다.
언론의 공정성과 저작권 보호 강화를 위해 「언론 윤리강령」이 개정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주요 개정 내용

  • 제15조의2 — 사진·이미지 저작권 특별 지침 신설
  • 제18조의2 — 기사 내 연락처 게재 금지 및 광고성 기사 판단 기준 신설

시행 일시

2026년 4월 7일 (목) 00:00 KST

위 시각 이후 송출되는 기사부터 적용됩니다.

개정 윤리강령 전문 확인하기

모든 소속 기자는 개정된 윤리강령을 숙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